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의 신뢰는 계속됐고, 2차전에선 보답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 우리 마무리 자리를 지켜줘야 목표(우승)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어젠 공이 조금 날리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 직구를 잡아내는 포인트에 대해 스탭들과 이야기한 결과를 전달해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도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틀 연속 경기라 그런지 감각이 괜찮았다. 어제는 잊고 오늘에 집중했다. 조금 힘을 빼고, (박)동동원이형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했다. 이어 "2019년부터 가을야구에서 계속 실패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비로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KT와 LG의 경기, LG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8/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등판한 고우석.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1.8/
"내가 막았을 때보다 동원이형 홈런 쳤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는 너스레도 떨었다. '너무 많이, 세게 맞아서 눈물이 났다'는 박동원의 말에 "나도 때렸어야하는데 몸푸느라 못때려서 아쉽다"며 거들었다.
박동원은 "어제도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됐을 뿐"이라며 "대한민국에 이런 마무리투수 없다. 잘 던질거라고 믿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어 "LG 팬들이 상대팀보다 티케팅을 잘하는 것 같다. 관중석에 유광잠바와 노란수건이 너무 많다. 2만명과 힘을 합쳐서 싸우는 느낌"이라며 벅차게 회상했다. 고우석의 마음은 한층 더 뜨거웠다.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팬들이 1구1구 던질 때마다 내 이름을 연호했다. 내가 이 팀에 속해있다는게 기뻤다. 한국시리즈는 처음이다. 나는 이 경기를 하기 위해 야구를 해왔다는 느낌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던지겠다."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KT와 LG의 경기, LG가 5대4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LG 염경엽 감독과 고우석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8/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2차전. LG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를 지킨 고우석이 박동원과 악수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