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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KBO리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팀. 인기는 많지만 우승 못하는 팀. '엘롯기(LG 롯데 KIA)'는 KBO리그의 르네상스를 꿈꾸게 하는 단어였다.
반면 마지막 우승과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이 각각 1992, 1999년인 롯데, 1994년과 2002년인 LG는 감정의 결이 비슷했다. 이미 입에 붙어버린 '엘롯기'의 생명력이 길어진 이유다. '엘롯한(한화)', '엘롯삼한(삼성 한화)' 등으로 변화하는 와중에도 '엘롯' 동맹은 공고했다. 성적과 무관하게 맞대결만 펼치면 '엘롯라시코'로 불리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 더욱 라이벌 이미지가 강했다.
팬덤 간의 서로를 향한 감정도 나름 각별하다. 지난해 7월 4일 LG 영구결번 레전드 박용택의 은퇴식 상대도 롯데였다. 박용택은 그간 쌓인 애증을 풀고, 훈훈한 축하를 받으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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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지난 10월 4일 부산 롯데전을 승리한 뒤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가졌다. 전날 KT, NC가 모두 패배하면서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정된 뒤 첫경기였다. 롯데 측의 양해로 사직구장 전광판에 정규시즌 우승 문구를 띄우는 등 조촐하지만 격식을 갖춘 세리머니였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함께 한 42년차 원년팀임에도 정규시즌 우승이 한번도 없다. 때문에 부산팬들에겐 색다른 아픔으로 다가온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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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롯데의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끊은 상대도 LG였다. LG는 10월 10일 잠실 롯데전에서 7대0으로 승리, 롯데의 트래직 넘버를 완성시켰다.
LG마저 우승하고 나면, KBO리그 10개 구단 중 21세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은 아직 창단 후 우승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1999 우승, 2006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만 남는다.
다만 키움으 다년간 메이저리거를 배출하고, 최근 11년간 9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등 강팀 이미지다. 결국 조류동맹(롯데 갈매기, 한화 독수리)만 남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두 팀은 1번씩(롯데 2017, 한화 2018) 가을야구에 오르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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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눈에 띄는 점은 두 팀의 마지막 우승 당시 상대가 서로라는 점. 염종석의 1992 롯데는 한화를 꺾고 우승했고, 구대성의 1999 한화는 롯데를 잡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1999년 10월 25일은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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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