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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절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신 롯데 구단, 팬들께 보답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수화기 너머 전준우의 목소리는 밝았다. "롯데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셨다"는 첫 마디에 지난 FA의 아쉬움을 푼 만족감, 애정 가득한 원 소속팀에 남게 된 기쁨, 계약을 끝마친 후련함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FA 때 다소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고도 남는 제안이었다. 당시에는 직접 FA 협상 테이블에 나설 만큼 고전했던 그다. 최근 10년 사이 황재균 강민호 손아섭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줄지어 팀을 떠난 역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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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보다 전준우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타 팀이 있었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진 않았지만, 제안받은 계약 총액의 앞자릿수가 달랐다.
한편 롯데는 사령탑과 단장이 모두 교체되고, 프런트가 대규모 인사이동을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준우와의 FA 협상은 길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내 나이가 적지 않은데,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면서 "롯데에서 금액 이상으로 워낙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대화가 잘 통했고, 고민하지 않았다. 남는 게 최우선이었고, 첫 제안부터 기분 좋게 OK가 나올 정도였다. 바로 급물살을 탄 것 같다. 감사합니다 하고 끝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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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쉽지 않은 제안이다. 그만큼 저를 '롯데맨'이라고 생각하고 대접해주신 것 아닌가. 특히 감사드리는 부분이다."
독특한 옵션도 포함됐다. 2027년 시즌 인센티브 달성 시 신구장 건축에 1억원을 기탁하는 내용이다.
구단이 아니라 전준우 쪽에서 먼저 꺼낸 제안이다. 전준우는 "롯데 구단과 팬들이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서 "(박준혁)단장님과 고민을 하다가 이야기를 꺼냈고, 흔쾌히 받아주셨다. 롯데맨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서 기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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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영구결번이 아니더라도, 은퇴한 뒤에도 팬들이 날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전준우란 이름 석자가 롯데 구단에 남는 거니까…."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새 코치진이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이미 주장을 역임한 전준우의 리더십과 책임감은 이미 검증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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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는 2008년 롯데에 입단, 16년간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 맨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616경기에 출전,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FA 4년 동안 평균 136경기에 출전, 타율 3할1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0.839의 뛰어난 성적으로 '혜자 FA'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시즌 KBO리그 역대 25호 2800루타, 24호 1800안타를 달성하는 등 롯데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대표 선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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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