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선수 은퇴를 고민했는데 또 다른 1년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선수로 등록해 코치를 병행하는 플레잉 코치다. 한화 이글스 서산 2군 구장에서 만난 정우람(38)은 자신의 야구가 9회말까지 왔다고 했다. "정우람의 시간이 다 됐다고 하면 슬플 것 같다.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9회말이 길어질 수도 있고, 금방 끝날 수도 있고, 좋게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52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5.36. 총 40⅓이닝을 던졌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정우람의 명성과 거리가 먼 성적이다.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끝나는 올해, 은퇴를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KBO리그 최초로 1000경기 출전을 하고,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1002경기를 넘었다.
"출근길에 기다려 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었다. '이제 앞으로 몇 경기 안 남았는데 자주 못 나오니까 매일 와서 응원할게요', '내년에도 꼭 보고 싶어요'라는 팬도 계셨다. 이런 팬들이 야구를 계속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
|
선수 겸 잔류군 코치. 코치 비중이 더 크다. 지도자로 첫발을 내딛는데 선수 지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선배 지도자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할 초보 코치다.
매년 비활동 기간에 후배들과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 시즌을 준비했다. 당연히 올해는 다른 일정이 기다린다. 12~1월에 신인 선수,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서산 2군 구장에서 훈련한다. 1,2군 코치들과 함께 일주일씩 두 차례 머물며 선수를 지도한다.
1,2군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2월엔 서산에서 잔류군 선수들과 함께 한다. 3~4월까지 코치로서 적응기를 거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을 만질 예정이다.
그는 "선수들을 보면서 틈틈이 조금씩 몸을 좀 만들려고 한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내년 시즌,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잔류군에서 함께 땀 흘리고 훈련할 선수 중에서 1군에서 보탬이 되는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군 등판이다. 다시 한번 팀에 힘이 되고 싶다. 정우람은 멋진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장면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
|
|
"어느날 갑자기 확 좋아지고 그랬으면 아마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필요한 걸 이루기 위해 배우면서, 부족한 걸 채우면서 20년을 보냈다."
그는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첫째가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어릴 땐 야구 선수 아빠에게 별 관심을 안 보였다. 그런데 며칠 전 불쑥 "아빠, 이제 선수 안 하고 코치하는 거야?"라고 묻더란다.
정우람은 "친구들이 기사를 보고 이야기해 준 모양이다. 아들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있더라. 조금 더 일찍 관심을 뒀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
|
햇살 좋은 내년 6,7월 여름, 정우람이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