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 KIA가 3대2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이범호 감독과 정해영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16/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KIA가 롯데에 6대 5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기뻐하는 정해영.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8.21/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무르익는 가을야구, '수 싸움'의 향연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선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승부수가 펼쳐지고 있다. 1승이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단기전, 승리를 위해 사령탑들은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다. 묘수가 때론 악수가 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한국시리즈 제패로 통합우승과 V12 달성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도 갖가지 수를 짜내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싸우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12승4패)와 LG 트윈스(13승3패)를 압도한 바 있지만, 머릿 속에 지운 지 오래다. 양팀의 매 경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단순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 구장 특성까지 모든 것을 머릿 속에 놓고 판을 짜고 있다.
이런 이 감독이 확실하게 정한 게 있다.
이른바 'JJJ 트리오'로 불리는 필승조다. 이 감독은 "정해영이 8회 이전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현식 전상현도 마무리급의 구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마무리가 맨 뒤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 부분에선 웬만하면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10회초 장현식이 투구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9.5/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 KIA 전상현이 역투하고 있다.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18/
장현식은 올 시즌 75경기 75⅓이닝 5승4패16홀드, 평균자책점 3.94다. 전상현은 66경기 66이닝 10승5패19홀드7세이브, 평균자책점 4.09, 정해영은 53경기 50⅔이닝 2승3패3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49다. 정해영은 세이브 부문 1위, 장현식 전상현은 홀드 35개를 합작했다. 세 선수를 앞세운 KIA 필승조는 올 시즌 KBO리그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이 감독이 필승조 구성을 페넌트레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가져가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가을야구가 단기전인 건 맞지만, 한국시리즈는 '단기전 같지 않은 단기전'이다"라고 말했다. 7전4선승제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보다 1승을 더 해야 하는데, 경기 일정상 선발 투수 4명은 확보해야 안정적인 시리즈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최대한 (페넌트레이스 때의) 틀을 지키면서 움직이는 게 좀 더 유리하지 않나 싶다. 한 경기를 잡으려고 뭔가 바꿔가다 보면 마지막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발 4명을 정해놓으면 중간에선 타이밍에 따른 당일 컨디션, 좌우 유형 선택을 하고 필승조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01/
이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 기간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모니터링 중이다. 단순히 상대 분석 뿐만 아니라 경기 중 드러나는 작전과 플레이 장면을 철저히 해부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시리즈를 독하게 준비 중인 이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