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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풍운아', '악동'으로 불린 사이영상 투수 트레버 바우어가 마지막으로 미국 무대에서 공을 던진 것은 작년 3월 LA 다저스의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다.
바우어는 그날 경기를 마치고 "빅리그 구단과 계약하고 싶다. 그냥 최소 연봉만 받으면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두 번에 걸쳐 내가 받은 징계를 소화했다. 법적인 부분에서 난 모든 혐의를 벗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난 아직 실업자다. 계속 알아볼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바우어는 1년이 흐른 지금도 메이저리그 재입성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돌고 돌아 일본 프로야구(NPB)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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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는 2023년 1월 LA 다저스로부터 방출돼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난 뒤 NPB로 방향을 틀어 요코마하에 입단, 그해 19경기에서 130⅔이닝을 던져 10승4패, 평균자책점 2.76, 130탈삼진을 마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가 배번 96번을 달고 NPB에서 던진 것은 직구 스피드 96마일을 찍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바우어는 그해 원소속팀 다저스와의 3년 계약 중 남은 2250만달러의 연봉을 그대로 받았고, 요코하마와는 1년 400만달러에 계약했다. 돈은 벌만큼 벌었다는 얘기다.
그는 2023년 시즌 말미 요코하마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메이저리그를 노크했다. 그해 11월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에이전시 루바스포츠는 바우어가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몇몇 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팀이 그에게 응답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바우어의 빅리그 복귀 시도를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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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프시즌 들어서도 바우어의 목표는 빅리그 구단과의 계약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과거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바우어는 2020년 NL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다저스와 3년 1억200만달러에 FA 계약을 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해 5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동시에 MLB의 행정 휴직(administrative leave) 명령으로 경기 출전도 금지됐다. 8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법적 책임에서는 벗어났으나, 이후 MLB가 자체 조사를 통해 'MLB와 선수노조(MLBPA)의 가정폭력, 성폭행, 아동학대에 관한 공동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32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바우어가 항소해 2023년 12월 23일 독립 중재원(independent arbitrator)이 194경기로 징계를 경감했다. MLB의 징계가 공식 확정됨에 따라 다저스는 지난 1월 7일 바우어를 지명할당조치했고,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아 조건없는 방출로 바우어를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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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바우어의 구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나, 최근 2년간 NPB와 멕시칸리그 성적에 비춰보면 메이저리그 정상급 에이스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바우어가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던진 2021년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97.5마일, 93.9마일이었다. 최근 2년 동안 구속은 크게 달라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싱커, 커터,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과 안정적인 제구력도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올해 34세가 된 바우어의 재능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그를 기억 속에서 지웠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바우어는 "팬들과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기대된다. 다들 너무 보고 싶었다"며 "항상 1등을 추구하며 열심히 준비해왔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올 시즌 사와무라상 수상을 목표로 잡았다. 사이영상에 이어 사와무라상까지 받게 된다면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