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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선발로 키운다"고 하셨잖아요...한국에 없는 괴물이라더니 "욕 먹더라도 바꾼다" 왜? [부산 현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3-16 00:07


"무조건 선발로 키운다"고 하셨잖아요...한국에 없는 괴물이라더니 "욕 …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KT 김동현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08/

[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내가 욕 먹더라도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올시즌, 당분간은 KT 위즈 신인 선발 김동현의 모습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강철 감독이 "선발로 키워야 할 선수다. 무조건 선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었는데, 이 약속을 어기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KT는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서울고 출신 투수 김동현을 뽑았다.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가진 잠재력을 좋지만, 투수로서 경험이 부족하기에 당장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본 와카야마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 감독은 "이런 고졸 신인 투수는 본 적이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직구 구위는 최고 수준에 변화구도 나쁘지 않았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는 기대감을 더 키웠다. 이 감독은 "투구 데이터를 측정하는데, 타점이 국내 선수는 만들 수 없는 각이 나온다고 하더라"며 진짜 괴물이 나타났음을 알렸다. 여기에 정우주(한화) 이율예(SSG) 등 청소년 국가대표팀 동기들도 가장 무서운 투수로 김동현을 꼽아 신뢰를 더했다.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 실전 캠프, 그리고 시범경기를 거치며 김동현의 대한 얘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5선발 외에 유력한 선발 자원이라는 얘기도 쏙 들어갔다.

왜일까. 15일 비로 취소된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일단 선발은 안 될 것 같다. 시범경기에서 더 던지고, 중간으로 데려갈까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조건 선발로 키운다"고 하셨잖아요...한국에 없는 괴물이라더니 "욕 …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연습경기, KT 선발투수 김동현이 역투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26/
왜 그렇게 자신있게 말했던 걸 바로 거뒀을까. 이 감독은 "와카야마에서는 구위도 그렇고 정말 부드럽게 던지더라. 너무 좋았다. 그런데 선발로 뛰기에는 경기 체력이 부족하더라. 2이닝만 넘어가면 힘이 떨어져 공이 풀려버린다. 실전에 들어가니 부드럽게 던지던 모습은 없고 힘으로만 던지더라. 그러니 버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LG 트윈스 김영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세게 던지는 데 집중한다. 정우주(한화)도 그렇게 보이고, 정현우(키움)는 정말 선발로 적합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은 지난해 고3 시즌 14⅓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선발로서 스태미너가 있을 수 없다. 선수는 자신있다 할 수 있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힘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2군에서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는게 더 낫지 않을까. 이 감독은 "그러기에는 또 구위가 아깝다. 필승조로 쓰든, 아니면 2~3이닝 롱릴리프로 투입하든 하면서 투구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1군에서 힘이 떨어지면 2군에서 제대로 선발 수업을 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무리하게 선발 시키고, 경기에 투입하다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욕 먹더라도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쓰겠다던 베테랑 황재균에 대해서도, 팀의 미래를 생각해 1루와 3루로만 한정해 쓰겠다며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 미래를 위해 고민이 많은 이 감독이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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