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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해 오프시즌, A 구단은 방송에서 활동 중인 은퇴 선수에게 1군 코치 자리를 제안했었다.
최근 이종범 전 KT 위즈 코치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합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즌 도중에, 그것도 1군 핵심 보직을 맡은 코치가 순위 경쟁 중인 팀을 떠나 예능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일이 지났지만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작진과 이종범 전 코치의 해명이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특히 야구팬들은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 KBO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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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O리그 초보 코치의 기본 연봉은 4500~5000만원 수준에서 시작한다. 물론 연차가 쌓일 수록 연봉이 조금씩 상승하고, 만약 타팀에서 '이직 러브콜'이 올 경우 급등하기도 한다.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코치들은 1억이 훌쩍 넘는 연봉이나 계약금, 다년 계약을 보장받기도 한다. 감독의 가장 옆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 수석코치들도 억대 연봉이나 다년 계약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코치들은 상대적 저연봉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다. 선수들이야 FA 제도도 있고, 성과만 내면 연봉이 급등하는 시스템이지만 코치들은 그렇지 못하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그렇다고 A 구단의 계약 결렬 사례처럼 구단이 원하는 외부 코치에게 너무 많은 연봉을 주는 것도 쉽지 않다. 기존 코치들, 특히 경력이 꽤 쌓였는데도 연봉이 많지 않은 베테랑 코치들이 존재하는데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 코치에게 '유명한 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세'에 비해 큰 연봉을 안길 경우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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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구단들도 초보 코치 연봉 인상에는 동감하지만, 이 경우 기존의 2,3년차 이상 코치들의 연봉도 함께 올려야 한다. 당장 한꺼번에 뜯어고치기가 힘든 이유다.
다만 최근 상당수의 은퇴 선수들이 은퇴 후 프로 코치가 되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의 패널, 혹은 레슨장 운영 등으로 빠지면서 현장에서는 '코치난'을 겪고 있다. 물론 지금 현장에서 열정을 가지고 지도하는 좋은 코치들이 많지만, 추가적으로 실력 좋은 젊은 코치 찾기가 어렵다는 게 공통의 목소리다.
특히 레전드 출신, 스타 출신 은퇴 선수들이 예능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회당 얼마나 많은 돈을 받는지가 현장에서 많이 알려지면서 코치 처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리고 방송 활동을 하는 은퇴 선수들이 "프로야구 코치들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처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선뜻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데 대해 더더욱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코치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해버리면, 지금 현장에서 열심히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는 저연봉 코치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는 게 현역 B 코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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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기본 처우 개선에는 야구계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은퇴 선수들의 예능 러시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형태의 특정 코치 연봉 상승만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대부분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한 야구계 관계자는 "코치들의 전반적인 동시 처우 개선이 이어지는 게 더 바람직한데,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