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2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5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외야, 1번 경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타율 2할9푼1리 12홈런 61타점을 기록한 김태연이 1번-좌익수로 낙점을 받았다. 김 감독은 "나는 정할 때까지 많은 고민을 하지만,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며 "김태연은 싸울 줄 안다. 현재 가장 좋다. 왼쪽, 오른쪽 투수 가리지 않고 칠 수 있다"고 믿음을 보냈다.
사실 지난 시즌 김태연의 성적이라면, 다른 외야 경쟁자들보다 압도적 우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김태연에 대해 "우선권은 없다. 경쟁"이라고 잘라말했다. 오히려 김태연 외 다른 선수들의 가능성을 더 자주 언급했다.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와 삼성의 경기. 1회말 한화 김태연이 삼성 백정현을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태연.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17/
이게 김태연의 승부 본능을 자극했던 것일까. 시범경기 4할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첫 홈런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런데 1번에까지 배치할 줄은 몰랐다. 장타력은 늘 인정받았지만, 정교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스윙이 공격적이지만, 컨택트 능력이 월등하다거나 출루율이 높은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촉은 확실했다. 살 떨리는 첫 타석. 원정팀이니 경기 처음을 장식하는 선수였다. KT 선발 헤이수스의 구위가 워낙 위력적이라 어려울 게 뻔한 싸움. 하지만 김태연은 1B2S 불리한 상황서 연거푸 볼 2개를 골라내고, 풀카운트에서 2번이나 커트를 해냈다.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시작부터 무려 8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힘을 뺌은 물론, 뒤에서 대기하는 동료들이 헤이수스의 공을 충분히 볼 수 있게 도왔다. 1번타자로서의 좋은 역할이었다.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개막전. 3회초 2사 2루 김태연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22/
3회 두 번째 타석. 또 끈질겼다. 2S으로 밀렸지만, 풀카운트로 다시 몰고갔고 커트 싸움으로 10구까지 던지게 했다. 여기에 0-2서 1-2로 따라가는 추격의 적시타까지 기록했다. 빗맞은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지며 행운의 적시타로 연결됐는데, 그 타점보다 중요했던 건 압도적인 피칭을 하던 헤이수스에게 1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 중간 괴력의 파울 홈런으로 잠깐 설레게 한 건 보너스.
역전의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점수에 직접 관여하지는 못했지만 사구로 다시 한 번 출루에 성공했다. 멀티 출루.
한화가 패했다면 모를까, 4대3 극적 역전승을 거뒀기에 리드오프 김태연의 활약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이날 FA 이적생 심우준이 결승타를 쳐 그쪽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마치 1번타자가 되기 위한 맞춤형 과외를 한 것과 같은 김태연의 변신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한 체크 포인트였다. 이날 헤이수스는 안타, 볼넷 각 2개씩만 허용하는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삼진 7개. 김 감독이 야심차게 출전시킨 문현빈, 임종찬 등이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든 한화 타자들이 애를 먹는 가운데, 김태연마저 없었다면 이날 역전승은 꿈으로만 남을 일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