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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독수리의 기세에 KBO리그 순위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KIA 타이거즈가 지난해 MVP 김도영 등 주축 선수가 줄부상에 빠지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즌 초 LG 트윈스가 승승장구 하며 독주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선발 에르난데스의 부상 이탈 등 악재를 만나면서 2위 그룹과의 승차가 줄기 시작했다.
준비된 도약이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올 시즌에도 다시 한 번 지갑을 열었다. 앞선 2년 간도 채은성 안치홍 등 굵직한 '대어급 FA'를 영입했고, 류현진까지 8년 총액 170억원에 복귀시키는 등 꾸준히 전력을 채워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도루왕 출신' 유격수 심우준을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했고, 지난해 13승을 거둔 엄상백까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5승1무2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분위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들어가자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너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집단 슬럼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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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900승을 넘게 달성했던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도 낯선 시작이었다. 김 감독은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당혹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뚝심으로 버티면서 선수의 반등을 기다렸다. 타선은 흐름이 있는 만큼, 반등할 거라는 기대 속에 선수들에게 믿음을 실어줬다.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한화는 승리의 맛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13부터 24일까지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이후 2연패로 주춤했지만, 26일 KT전을 승리를 시작으로 4연승으로 4월을 마쳤다. 승패 마진은 +7까지 불어났다.
한화의 질주는 끝이 아니었다. 5월에 다시 4연승을 더하면서 다시 한 번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한화의 선발 8연승은 종전 7연승을 넘은 구단 최다 기록이다.
중심에는 탄탄한 선발진이 있었다. 두 번의 8연승 중 15승이 선발승이다. 특히 선발이 확실하게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버팀목이 됐고, 자연스럽게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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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7연승 이후 5연패에 빠지고, 다시 3연패에 빠지는 등 지독한 연승 후유증에 시달리며 수직 추락을 경험했다. 결국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사령탑이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승 후유증을 짧게 끊어내고 다시 비상을 시작했다.
선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승혁과 김서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도 건재하다. 신인 정우주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의 상승세는 1강 행진을 이어온 LG까지 위협하고 있다.
LG는 올 시즌 개막 7연승을 달리는 등 개막 이후 12경기에서 11승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한화가 29일과 30일 LG와 맞대결을 잡으면서 순위를 좁혀나갔다.
삼성이 10년 만에 6연승을 달리며 승차 없는 2위 자리를 쉽사리 내주지 않고 있지만, 한화는 선두 LG와 승차를 1.5경기 차로 좁힌 채 4월을 마칠 수 있었다.
한화와 더불어 7년 연속 가을야구가 좌절됐던 롯데 자이언츠도 4월 한 달 동안 16승8패를 기록하며 선두 LG에 2경기 차 뒤진 4위로 4월을 마쳤다. 3연전 한번에 1~4위가 요동칠 수 있는 혼돈의 선두 싸움이 본격화 됐다.
KBO는 5일 어린이날이 월요일이 되면서 경기를 편성해 지난달 29일부터 9연전에 돌입했다. 7일까지 쉼 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순위표는 끊임없이 요동칠 전망이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