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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최)원준이가 올해 (이)우성이보다 조금 더 힘든 시즌을 보내는 것 같더라."
예비 FA 시즌이라는 부담감이 최원준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도 분석했다. 최원준은 지난해 연봉 2억2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FA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였다. KIA는 올 시즌 뒤 박찬호와 최원준 등 젊은 야수들이 한꺼번에 FA로 풀릴 것을 고려해 일종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원준은 4억원, 박찬호는 4억5000만원으로 연봉을 올려 보상금 부담을 키워놨다. 어쨌든 최원준은 연봉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싶었을 것이고, 그러면 대형 FA 계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나이 20대 후반에 기량도 있는 최원준을 적극적으로 노릴 만하다고 봤다.
하지만 '예비 FA'라는 수식어는 현재 최원준을 괴롭히고만 있다. 동기 부여보다는 부담감으로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최원준은 이달 초 2군에서 열흘 동안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32경기에서 타율 0.210(105타수 22안타), 2홈런, 9타점, OPS 0.558에 그치고 있었다. 이 감독은 나성범의 부상 이탈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최원준이 전장에서 조금 떨어져서 자기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1군으로 돌아온 뒤로도 최원준의 방망이는 여전히 잠잠하다. 5경기에서 타율 0.111(18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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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2군에 한번 갔다 오면 머리가 조금 깔끔해지니까. 보통 5~10경기 정도는 막 밀고 가는 경구가 많다. (처음에 와서) 딱 홈런 치고 밀고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안 되니까. 외야를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머리가 조금 지끈지끈하긴 하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원준은 감독의 걱정이 무색하게 경기 시작과 함께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1회말 1사 1, 3루에서 장성우의 타구가 우익수 최원준에게 향했다. 아주 쉽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는데, 여기서 최원준의 의욕이 앞섰다. 포구한 뒤 홈 송구를 할 생각부터 하다가 허무하게 타구를 놓친 것. 3루주자 황재균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고, 2사 1루였어야 할 상황은 1사 1, 2루 위기로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은 지체하지 않고 벤치에 있던 김호령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했다. 김호령은 더그아웃 밖에서 몇 차례 캐치볼을 한 뒤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KIA 벤치는 최원준에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김호령은 중견수 자리로 들어갔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던 박정우가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문책성 교체였다.
추가 실점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선발투수 아담 올러가 로하스에게 우중간 적시 2루타를 허용해 0-2로 벌어졌다. 최원준이 포구만 제대로 해서 2사 1루가 됐어도 0-1로 버틸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KIA는 1회 실책으로 KT에 넘어간 분위기를 끝까지 뺏지 못했고, 결국 1대3으로 패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이 감독은 일단 이날 문책성 교체로 최원준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 못 하고자 하는 선수는 없지만, 그라운드에서 조금 더 집중력 있고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지금 슬럼프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시즌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유예하는 선택을 불가피하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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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