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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야구 선수들이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정이 절반이고, 시즌이 아니어도 긴 전지훈련을 가야한다. 홈 경기 출퇴근을 하지만, 주중 야간 경기가 끝나면 자정 가까울 때 집에 돌아간다. 그나마 홈경기일 때다.
그래서 다른 아빠들이 누리는 출산 순간의 기쁨도 힘겹게, 잠시 누릴 수 있다. 예전에는 야구 선수가 출산 휴가를 쓴다는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도 시대가 바뀌어 개인 경조사에 대한 배려가 많아진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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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앤더슨. 출산 휴가를 떠나기 전 2경기에서 매우 부진했다. 선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출산이 임박하니 마음이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첫 휴가 때 출산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4월9일 삼성 라이온즈전 투구 후 다시 짧게 가족이 있는 일본에 다녀왔는데 이 때부터가 반전이었다. 휴가 다녀온 후 삼성전 7이닝 13삼진 1실점.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이후 7경기에서 4승1패 상승세다. 4월26일 키움 히어로즈전은 노디시전이었지만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냈다. 15일 NC 다이노스전, 21일 두산 베어스전 최근 2경기는 연속 6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소위 말하는 '분유 버프'일까.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앤더슨의 반전에는 비밀이 숨어있었다. 구단에서 첫 2경기 부진했을 때 원인을 캐치했고, 출산 휴가를 떠나 훈련을 하며 이 문제를 수정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 앤더슨도 이를 받아들여 변화를 준 게 신의 한 수였다. 물론 그 문제가 뭐였는지는 '영업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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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산 휴가를 다녀온 후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었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은 1할1푼1리. 홈런 0개, 타점 0개. 참혹하다. 중심에서 흐름을 다 끊고 있다. 경기 수가 늘어나며, 다른 팀들에 약점이 분석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 구단은 투수 알칸타라를 데려오며 카디네스 대신 푸이그를 퇴출했다. 반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는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본인이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성적이 부진하니 주변에서 '향수병' 얘기까지 나온다. 홍원기 감독은 이에 대해 "프로 선수에게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그나마 위안인 건 카디네스 가족이 6월 입국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듯 카디네스 가족 상봉에 반등을 기대하는 키움의 서글픈 현실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