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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4연승 '대박', 0홈런 0타점 '폭망'...희비 엇갈린 두 아빠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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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2 10:02 | 최종수정 2025-05-22 14:47


'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4연승 '대박', 0홈런 0타점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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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어떻게 이리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을까.

야구 선수도 선수 이전 사람이다. 결혼을 했으면 가장이다. 출산의 기쁨, 육아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아빠들이다.

야구 선수들이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정이 절반이고, 시즌이 아니어도 긴 전지훈련을 가야한다. 홈 경기 출퇴근을 하지만, 주중 야간 경기가 끝나면 자정 가까울 때 집에 돌아간다. 그나마 홈경기일 때다.

그래서 다른 아빠들이 누리는 출산 순간의 기쁨도 힘겹게, 잠시 누릴 수 있다. 예전에는 야구 선수가 출산 휴가를 쓴다는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도 시대가 바뀌어 개인 경조사에 대한 배려가 많아진 요즘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은 타향 살이에 만삭의 아내를 옆에서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체로 힘이 든다. 그나마 구단들이 출산이 임박했을 때 고향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것만도 다행이다.


'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4연승 '대박', 0홈런 0타점 '폭망'...…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LG전. 선발투수 앤더슨이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
올시즌 초 두 선수가 출산 휴가를 다녀왔다. SSG 랜더스 앤더슨과 키움 히어로즈 카디네스. 그리고 두 사람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먼저 앤더슨. 출산 휴가를 떠나기 전 2경기에서 매우 부진했다. 선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출산이 임박하니 마음이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첫 휴가 때 출산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4월9일 삼성 라이온즈전 투구 후 다시 짧게 가족이 있는 일본에 다녀왔는데 이 때부터가 반전이었다. 휴가 다녀온 후 삼성전 7이닝 13삼진 1실점.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이후 7경기에서 4승1패 상승세다. 4월26일 키움 히어로즈전은 노디시전이었지만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냈다. 15일 NC 다이노스전, 21일 두산 베어스전 최근 2경기는 연속 6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소위 말하는 '분유 버프'일까.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앤더슨의 반전에는 비밀이 숨어있었다. 구단에서 첫 2경기 부진했을 때 원인을 캐치했고, 출산 휴가를 떠나 훈련을 하며 이 문제를 수정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 앤더슨도 이를 받아들여 변화를 준 게 신의 한 수였다. 물론 그 문제가 뭐였는지는 '영업 비밀'.


'똑같은 출산 휴가였는데' 4연승 '대박', 0홈런 0타점 '폭망'...…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1회말 2사 후 카디네스가 솔로포를 치고 홈인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29/
반대로 카디네스는 4월6일 NC 다이노스전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산 휴가를 떠났는데, 그 전까지는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3월 8경기에서 타율 3할7푼9리에 타점을 16개나 쓸어담았다. 떠나기 직전 NC 3연전에서도 전 경기 멀티출루였다.

하지만 출산 휴가를 다녀온 후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었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은 1할1푼1리. 홈런 0개, 타점 0개. 참혹하다. 중심에서 흐름을 다 끊고 있다. 경기 수가 늘어나며, 다른 팀들에 약점이 분석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 구단은 투수 알칸타라를 데려오며 카디네스 대신 푸이그를 퇴출했다. 반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는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본인이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성적이 부진하니 주변에서 '향수병' 얘기까지 나온다. 홍원기 감독은 이에 대해 "프로 선수에게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그나마 위안인 건 카디네스 가족이 6월 입국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듯 카디네스 가족 상봉에 반등을 기대하는 키움의 서글픈 현실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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