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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슬럼프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건 실력만이 아니다. 때로는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이정후는 5월 들어 타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정후는 앞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3연전 중 후반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본격적으로 타격 슬럼프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마이애미전에 모처럼 3번 타순으로 복귀해 무안타 침묵을 깨트렸다.
이날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상대 선발 칼 콴트릴에게 좀처럼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1회초 1사 3루 타점 찬스 때는 콴트릴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시속 94.8마일(시속 약 152.5㎞)짜리 바깥쪽 싱킹 패스트볼에 배트를 헛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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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타격을 보여준 이정후는 세 번째 타석에서 행운이 따른 내야안타를 치며 1루까지 살아나갔다. 타격 슬럼프 탈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장면이다.
원래 슬럼프 기간에는 제대로 맞은 정타도 좋지만, 이렇게 운으로 안타가 되는 타구가 나오는 것도 큰 호재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크게 살아날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야구인들은 '뭐라도 하나만 맞아 나가면 슬럼프가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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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에게도 이런 계기가 될 수 있는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 5회초 1사 후 콴트릴과의 세 번째 승부였다. 이정후는 초구 볼 이후 2구째 스플리터(시속 85.4마일)를 빠르게 공략했다. 하지만 정타가 되지 않았다. 공이 아래로 떨어지며 깎여 맞는 바람에 느린 톱스핀이 걸렸다. 방향은 투수와 3루수 사이. 이정후는 공을 친 뒤 냅다 1루로 내달렸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처럼 이정후의 스피드는 타격 슬럼프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침 타구도 느리게 굴러가며 내야 안타를 노려볼 만했다. 그런데 여기에 행운이 곁들여졌다.
타구를 잡으려던 투수 콴트릴이 서두른 나머지 타구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이정후가 여유있게 1루에 세이프됐다.
결국 이정후는 앞선 2경기 무안타에 이날 경기까지 9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내야안타로 깨트렸다.기세가 오른 이정후는 2사 1루에서 맷 채프먼의 타석 때 과감하게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자신의 스피드에 대한 믿음과 배짱이 만들어낸 시즌 4호 도루이자, 5월의 첫 도루였다. 지난 4월 6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이후 55일 만에 추가한 도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정후는 홈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채프먼의 볼넷으로 2사 1, 2루가 됐고, 후속 윌리 아다메스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이정후는 5회 행운의 내야안타 이후 두 번 더 타석에 나왔지만, 멀티히트는 달성하지 못했다. 7회초 2사 후에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9회초 2사 2루 때는 상대 투수의 95.8마일 강속구 초구를 받아 쳤지만,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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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