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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프로야구에서 나와선 안 되는 숫자다."
문제는 경기 후반부에 나온 4사구였다. KIA 셋업맨 조상우가 8회말 1사 후 장성우와 권동진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면서 급격히 KT로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조상우는 결국 허경민에게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1-2로 리드를 뺏기면서 위기가 계속되는 최악의 흐름이었다.
KIA 벤치는 급히 좌완 이준영으로 마운드를 교체했으나 한껏 달아오른 KT 타선을 잠재울 순 없었다. 1사 2, 3루에서 장진혁이 1루수 쪽 짧은 땅볼을 쳤다. 1루수 황대인은 빠르게 홈에 송구했지만, 포수 김태군이 한번에 3루주자 권동진을 태그하지 못하면서 1-3이 됐다. 오윤석이 좌익수 왼쪽 적시타를 쳐 1-4로 벌어졌고, 다시 한번 바뀐 투수 김현수가 2사 1, 3루에서 김상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줘 1-5가 됐다. 조상우의 볼넷 2개가 초래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였다.
14차례 역전패로 리그 2위다. 리그 1위는 19차례 역전패한 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5월까지 60경기에서 승률 0.254(15승44패1무)에 그치고 있는 압도적 최하위팀이다. 그 팀 바로 다음이 KIA라는 뜻이다. 다른 수치도 리그 최하위권이다. KIA 불펜 평균자책점은 5.59로 리그 9위다. 10위는 6.74에 그친 키움이다.
9이닝당 볼넷은 5.54개로 KIA 불펜이 리그 최하위다. 마무리투수 정해영(2.36개)을 제외하면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무색하게 볼넷 허용이 많은 편이다.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 후반에 상대팀 주자를 쉽게 내보낸다는 것은 곧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고, 역전패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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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 마무리투수 출신 우완 조상우를 영입하면서 나름 불펜 보강에 공을 들였다. 내부 FA였던 필승조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이적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조상우를 품었다. 조상우는 KBO 통산 88세이브를 자랑하는 투수였고, 지난해 트레이드 최고 매물로 떠들썩했던 선수인 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조상우는 아직 KIA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30경기에서 3승5패, 13홀드, 25⅔이닝, 평균자책점 4.56에 그치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1.68로 높은 편이니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조상우만 탓하기에는 KIA 불펜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게 가장 큰 손실이고, 국가대표 좌완 최지민(평균자책점 7.71)의 부진도 뼈아프다. 정해영과 전상현, 이준영, 윤중현 등이 고군분투해 그래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최근 1군에 데뷔한 프로 2년차 성영탁이 4경기에서 무실점하며 그나마 희망을 키우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보다 매우 약해진 KIA의 공격력이 불펜 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KIA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도 불펜이 아주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언제든 점수를 뽑을 수 있는 타선이 버티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투구할 수 있었다는 것.
올해는 나성범, 김도영, 김선빈, 패트릭 위즈덤 등 주축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로 타선이 매우 약해졌다. 자연히 불펜은 점수를 절대 내줘선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생기고, 그 압박감이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내주는 불펜이 된 배경일 수 있다.
어쨌든 KIA가 정상화 되려면 셋업맨다운 조상우가 필요하다. 정해영과 조상우가 같이 중심을 잡아줘야 나머지 불펜의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타선의 공격력도 더 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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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