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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위해 지갑도, 마음도 연' 김광현 "저도 힘을 얻습니다"

기사입력 2025-06-02 08:32

[SSG 랜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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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들여 중학교 야구부 215명에 글러브 선물하고 유익한 시간

지난해에는 초등학생 481명 야구장 초청…유소년 야구 길잡이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광현(36·SSG 랜더스)은 'KK 드림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 글러브 교환권을 나눠주며 "내가 4∼5년 뒤에도 뛰고 있을 테니까, 프로 선수로 꼭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이자 '전직 빅리거'인 김광현의 선물과 덕담에 중학생들은 눈을 반짝였다.

유소년 야구를 위해 억대의 금액을 기꺼이 쓰고,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김광현에게도 "학생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더 오래 야구하고 싶다"는 의욕이 자랐다.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프리미어12 등 국제무대와 KBO리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야구를 빛낸 김광현이 이제는 유소년 야구 길잡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야구부 481명을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초청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김광현이 올해에는 인천 지역 중학교 야구부 5개교, 총 215명의 선수와 만난다.

5월에 이미 상인천중, 동인천중 학생들과 만났다.

김광현은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초등학교 선수들을 보며 '벌써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라고 놀랐는데, 중학교 선수를 보면서는 또 다른 놀라움을 느꼈다"며 "중학교 선수들의 질문은 '한국시리즈 만루 상황에서는 어떻게 던지나', '실전에만 나서면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등 더 구체적이다. 프로 신인 선수 수준의 질문을 하는 중학교 선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 선수들에게 KK 드림업 프로젝트는 '종합선물세트'다.

'우상' 김광현과 함께 SSG 더그아웃, 홈구장 그라운드를 돌고 고민 상담도 한다.

프로구단 코치 출신의 트레이너에게 부상 방지 교육을 받는 귀한 시간도 있다.

간식을 먹으며 SSG 홈경기를 단체 관람한 중학생 선수들은 스페셜 포토 카드와 글러브 교환권도 받는다.

지정 매장을 방문하면 50만원 상당의 '맞춤형 글러브'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

김광현의 깊은 고민이 프로젝트 곳곳에 묻어나 있다.

김광현은 "지난겨울에 '중학생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오래 고민했다. 내가 중학생일 때를 떠올린 뒤 내린 결론이 '맞춤 글러브'였다"며 "중학생 선수들이 포지션과 자신의 손에 맞는 글러브를 쓰는 건 쉽지 않다. 마침 윤희상 선배가 글러브를 제작하고 있어서 중학생 선수들에게 맞춤형 글러브를 선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5명에게 50만원 상당의 글러브를 선물하니, 총액은 1억원을 훌쩍 넘겼다.

김광현은 거액을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SSG에서 함께 뛰었던 윤희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200명 넘는 중학생의 주문을 받아 맞춤형 글러브를 제작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희상이 형 덕에 내 선물의 가치가 커졌다"며 "큰 도움을 준 윤희상 선배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광현이 꼽는 KK 드림업 프로젝트의 핵심 챕터는 부상 방지 교육이다.

SSG 코치 출신 류재준 트레이너가 지난해 초등학교 선수들을 교육했고, 올해에는 역시 SSG 코치 출신인 최현석 트레이너가 중학생 선수들에게 부상 방지 훈련법을 알려준다.

김광현은 KK 드림업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부상 방지 교육에서 배운 건 꼭 기억하고 실천하라. 프로에서 20년 뛰려면, 이 시기에 몸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한다"고 학생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그는 "최현석, 류재준 트레이너가 정말 열심히 학생 선수들을 가르쳤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개 숙였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라커룸에서 빅리거들이 '야구 인기를 더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대화하는 걸 자주 봤다.

그는 "대화 내용이 정말 신선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더 성실하게 팬 서비스를 해야 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행사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말이 오갔다"며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특히 친분이 깊었던 애덤 웨인라이트는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50∼100명씩 팬을 야구장에 초청,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며 "야구장 초청을 넘어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2022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광현은 승리할 때마다 자비를 들여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KK 위닝플랜'을 직접 제안하고 실행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김광현이 제작한 선물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사랑받았다.

2023년에는 주요 기록을 세울 때마다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기는 'KK 마일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유소년 야구 발전에 공을 들였다.

KK 드림업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에는 거액이 든다. 선물을 준비하는 데에만 1억원이 넘게 들고,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도 고액이 필요하다.

김광현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여기에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드림업 프로젝트의 주역은 김광현 자신이지만, 그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구단 프런트 등에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다.

김광현은 KK 드림업 프로젝트에서 만난 학생 선수와 함께 프로 생활을 하는 걸 꿈꾼다.

프로에 입단한 후배가 중학생 때 김광현에게 받은 글러브를 내밀며 "저를 기억하십니까"라고 묻는 구체적인 상상도 해본다.

김광현은 "상상만 해도 좋다"며 "더 나아가, 그 선수가 더 자라서 '나도 유소년 야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좋아서 쓰러질 것 같다"고 웃었다.

선행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씨앗을 뿌리면 곳곳에서 선행의 나무가 자란다.

김광현은 "지난해 초등학생, 올해 중학생을 만나며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 어린 후배들은 보며 나도 힘을 얻었다"고 했다.

김광현이 뿌린 씨앗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더 밝게 한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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