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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슬럼프는 혹시 실력 문제?

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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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30 08:16 | 최종수정 2025-06-30 10:15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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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것은 정말 슬럼프인가?'

2개월째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제는 한 번쯤 의문을 달아도 좋을 듯 하다. 이것은 슬럼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거품이 걷힌 진짜 실력인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7)가 또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타순 조정으로 회복될 상황이 아니다. 지난 5월 초부터 2개월째 부진이 이어지면서 어느 새 '평균 이하'의 타자가 되어버렸다. 타율 2할4푼 레벨도 위태로워졌다.

이정후는 3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 1개를 추가했고, 사구 1개로 1루를 밟아본 게 전부다. 6번 타자면 그래도 중심타자에 속하는데, 이런 성적이면 공격 기여도가 제로나 마찬가지다.

0-1로 뒤지던 2회초 무사 1루 때 나온 첫 타석. 상대 우완 선발 조나단 캐넌을 상대로 병살타를 치면서 팀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4회초에는 상대 좌완 불펜 브랜든 에이서트를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걸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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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초 세 번째 타석이 최악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2-1 역전에 성공하고 계속된 1사 만루 때 이정후가 타석에 나왔다. 안타 한 방이면 멀리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조던 레저의 초구 높은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평정심을 잃은 듯 하다. 2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억지로 퍼 올렸다.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는 타격이다. 결국 유격수 뜬 공으로 아무 소득없이 아웃카운트 1개만 늘려놨다.

'달아날 찬스'에서 이정후의 범타 때문에 점수를 내지 못한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7회말 대거 4점을 헌납하며 2대5로 역전패했다. 이정후는 전세가 뒤집힌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몸 맞는 공으로 1루를 밟았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이때에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이날의 이정후는 팀 패배의 원흉 중 하나였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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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정후의 이런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단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3연전 기간 내내 선발로 나왔지만,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11타석 10타수 1사구 무안타다.

결국 시즌 타율은 0.243(304타수 74안타), OPS는 0.713으로 뚝 떨어졌다. 규정타석을 채운 MLB 전체타자 158명 중 타율 115위, OPS 113위다. 최근 15경기 타율은 채 1할도 안된다. 겨우 0.094(53타수 5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정후의 부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지난 5월 10일 미네소타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3할 타율이 무너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4월 월간타율 0.324(107타수 33안타)로 'MLB 3할 타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이정후는 5월 월간 타율 0.231(108타수 25안타)로 페이스가 급격히 다운됐다. 그러더니 6월 월간타율은 고작 0.150(80타수 12안타)로 더 나빠졌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런 이정후의 타격감 부활을 위해 계속 타순을 돌려가면서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정후가 살아날 기미는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는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이정후가 4회초 타석에 들어서자 화이트삭스 3루 조시 로하스가가 2-3루 라인 앞 잔디 위에 시프트를 하고 있다가 땅볼이 오자 잡아 처리하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심지어 이제는 상대팀에 '이정후 공략법'까지 다 퍼져 버렸다. 내야 전용 시프트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28일 화이트삭스전 때 나왔다. 4회초 이정후 타석 때 3루수 조시 로하스가 2-3루 사이 내야 잔디까지 전진해 자리잡았다. 이정후 시프트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정확히 로하스 앞으로 타구를 보내 아웃됐다. 메이저리그의 현미경 분석은 타구 방향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이정후가 다시 '3할 타자'로 돌아가기는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3할은 커녕 2할4푼 유지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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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슬럼프'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타격 매커니즘이나 준비에 있어 중대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재정비를 위해 벤치 대기나 마이너리그 이동 등의 방법이 등장한다.

KBO리그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흥미로운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의 타자를 비싸게 영입했다. 3, 4월에 곧잘 치더니 5월부터 6월까지 장기 부진에 빠졌다. 찬스 때마다 실망감만 안겨주면서 팀도 순위 경쟁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감독은 해당 선수의 2군행을 지시할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2군 갔다' 또 3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2개월째…
데이비드 맥키넌. 스포츠조선 DB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이유로 2군에 갔던 외국인 타자들도 적지 않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가 영입했던 데이비드 맥키넌을 들 수 있다. LA에인절스와 오클랜드 등 MLB 경력을 지닌 맥키넌은 시즌 초반부터 5월까지는 타격왕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한 달 반이 넘게 슬럼프에 빠졌다가 결국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외국인 타자 1호 웨이버 공시로 KBO리그와 작별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환경과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만, 장기 부진에 빠진 선수에 대한 고민은 엇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멜빈 감독 역시 이정후를 놓고 '마이너리그행'을 고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KBO리그였다면 이미 2군으로 가 있을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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