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것은 정말 슬럼프인가?'
이정후는 3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 1개를 추가했고, 사구 1개로 1루를 밟아본 게 전부다. 6번 타자면 그래도 중심타자에 속하는데, 이런 성적이면 공격 기여도가 제로나 마찬가지다.
0-1로 뒤지던 2회초 무사 1루 때 나온 첫 타석. 상대 우완 선발 조나단 캐넌을 상대로 병살타를 치면서 팀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4회초에는 상대 좌완 불펜 브랜든 에이서트를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걸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
그러나 이정후는 조던 레저의 초구 높은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평정심을 잃은 듯 하다. 2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억지로 퍼 올렸다.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는 타격이다. 결국 유격수 뜬 공으로 아무 소득없이 아웃카운트 1개만 늘려놨다.
'달아날 찬스'에서 이정후의 범타 때문에 점수를 내지 못한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7회말 대거 4점을 헌납하며 2대5로 역전패했다. 이정후는 전세가 뒤집힌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몸 맞는 공으로 1루를 밟았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이때에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이날의 이정후는 팀 패배의 원흉 중 하나였다.
|
그런데 이정후의 이런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단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3연전 기간 내내 선발로 나왔지만,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11타석 10타수 1사구 무안타다.
결국 시즌 타율은 0.243(304타수 74안타), OPS는 0.713으로 뚝 떨어졌다. 규정타석을 채운 MLB 전체타자 158명 중 타율 115위, OPS 113위다. 최근 15경기 타율은 채 1할도 안된다. 겨우 0.094(53타수 5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정후의 부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지난 5월 10일 미네소타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3할 타율이 무너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4월 월간타율 0.324(107타수 33안타)로 'MLB 3할 타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이정후는 5월 월간 타율 0.231(108타수 25안타)로 페이스가 급격히 다운됐다. 그러더니 6월 월간타율은 고작 0.150(80타수 12안타)로 더 나빠졌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런 이정후의 타격감 부활을 위해 계속 타순을 돌려가면서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정후가 살아날 기미는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는다.
|
이런 상황에서 이제 이정후가 다시 '3할 타자'로 돌아가기는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3할은 커녕 2할4푼 유지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
KBO리그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흥미로운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의 타자를 비싸게 영입했다. 3, 4월에 곧잘 치더니 5월부터 6월까지 장기 부진에 빠졌다. 찬스 때마다 실망감만 안겨주면서 팀도 순위 경쟁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감독은 해당 선수의 2군행을 지시할 것이다.
|
하지만 5월 중순부터 한 달 반이 넘게 슬럼프에 빠졌다가 결국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외국인 타자 1호 웨이버 공시로 KBO리그와 작별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환경과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만, 장기 부진에 빠진 선수에 대한 고민은 엇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멜빈 감독 역시 이정후를 놓고 '마이너리그행'을 고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KBO리그였다면 이미 2군으로 가 있을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