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당시 광주 무등야구장은 펜스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확인하고자 물어본 것이었으나 마치 장외로 넘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듯한 이 말은 야구팬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통한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25년 프로야구에는 진짜로 밥 먹듯 야구장을 넘기는 타자가 등장했다.
바로 kt wiz가 자랑하는 우타 거포 안현민(21)이다.
안현민은 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2개를 터트리며 시즌 15홈런 고지를 밟았다.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에 한동안 홈런 손맛을 보지 못했던 그는 연타석 홈런으로 거포의 부활을 알렸다.
리그 홈런 공동 3위이자, 국내 선수 공동 1위가 된 안현민의 괴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는 홈런 비거리다.
좌중간 관중석에 착지한 안현민의 시즌 14호 홈런은 비거리 130m였고, 비거리 140m짜리 시즌 15호 홈런은 아예 구장 밖으로 나갔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나온 7개의 비거리 140m 이상 홈런 가운데 안현민은 3개를 혼자 책임졌다.
1일 현재 안현민의 시즌 홈런 평균 비거리는 130.7m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운이 좋다면 비거리 100m로 펜스를 넘길 수도 있지만, 안현민의 시즌 최소 비거리 홈런은 120m로 일찌감치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게 한다.
리그 홈런 평균 비거리를 살펴보면, 안현민의 힘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9.9m이며, 안현민은 리그 평균보다 10m 이상 더 멀리 공을 보냈다.
2010년 이후 평균 비거리를 살펴봐도 안현민을 따를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같은 기간 시즌 15홈런을 넘긴 선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비거리 130.7m의 안현민은 이 부문 역대 2위인 올 시즌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124m)보다 6.7m를 멀리 날렸다.
2015년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가 넥센(현 키움) 소속으로 시즌 53홈런을 때리며 평균 비거리 123.9m를 남겨 이 부문 3위다.
안현민은 힘만 강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무서운 타자다.
타율 0.337, 출루율 0.438, 장타율 0.647, OPS(출루율+장타율) 1.085 등 비율 성적 역시 압도적이다.
규정타석에 진입하면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을 단숨에 점령할 수 있다.
2군에서 뛰다가 개막 후에 한 달이 지나고서야 1군에 합류한 안현민은 규정타석 진입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소속팀 kt가 81경기를 치른 가운데, kt 선수들의 규정타석은 251타석이다.
그리고 안현민은 지금까지 224타석에 들어가 규정타석에 27개 차로 다가섰다.
지금처럼 꾸준히 3번 타순에 배치되고, 경기를 거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규정타석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현민이 그때까지 현재의 비율 성적을 유지한다면, 단숨에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