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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나도 처음. LG에서 세워 더 뜻깊다"
1사후 2번 김현수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친 뒤 타석에 선 오스틴은 1B에서 2구째 140㎞의 몸쪽 슬라이더를 힘있게 받아쳤고 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타구가 날아가는 위치가 애매했다. 좌측 라인쪽으로 날아가 마지막에 파울쪽으로 휘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3루측 LG팬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3루심이 손을 돌렸다. 홈런 사인. 타구가 왼쪽 높게 솟은 폴을 강타했다. 타구의 속도는 무려 시속 183.1㎞로 측정됐다.
3년 연속 20홈런은 역대 49번째이고 LG 선수로는 처음 기록한 것이다. 2023년 LG 외국인 선수 최초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지난해엔 LG 선수 최초로 타점왕에 올랐던 오스틴은 계속 LG의 새 외인 역사를 쓰고 있다.
오스틴은 이후 안타를 치지 못해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마무리. 그래도 LG는 오스틴의 홈런과 7회 김현수의 쐐기 적시타로 뽑은 3점을 지켜내 3대2의 승리를 거두고 2위 자리를 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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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후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내려오자 의자에 완전히 방전된 듯 축 늘어져 앉아 있는 오스틴 딘을 볼 수 있었다.
오스틴은 "지난 2년보다 훨씬 덥게 느끼고 있다"며 올시즌 여름을 벌써부터 걱정.
"오늘 결과적으로 오랜만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고 더운 만큼 최근에 못한 게 있어서 어떻게든 팀을 위해 힘내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힌 오스틴은 3년 연속 20홈런에 대해 "이게 구단 최초인지는 몰랐다. 나도 야구하면서 3년 연속 20홈런을 쳐본 게 처음이다. 무엇보다 LG라는 팀에 와서 기록을 세웠다는 게 나에게 더 뜻깊게 다가온다"라며 LG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6월은 오스틴도, LG도 아쉬운 달. 오스틴은 5월까지 타율 2할9푼9리, 55안타 16홈런 42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지만 6월 들어 타율 2할8리, 16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부진했다. 팀도 9승1무12패의 5할도 안되는 승률을 보여 1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오스틴은 "6월에 타격을 더 잘했으면 바람이 있었는데…"라며 "나 뿐만 아니라 팀도 힘든 한달 이었다. 조화라고 할까. 수비가 잘되면 공격이 안되고, 공격이 잘 풀리면 수비가 힘들어서 균형이 좀 안맞았다. 굉장히 힘든 한달이었다"라고 아쉬워했다.
더 야구를 잘해야할 이유가 생겼다. 둘째 딸이 올해 태어날 예정. 오스틴은 "지금은 한국에서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며 "당장은 야구에 집중하면서 또 딸에게도 집중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6월의 부진을 씻는 7월 첫날의 홈런, 그리고 승리. 오스틴과 LG에겐 의미 있는 날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