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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김민경 기자] "솔직히 끔찍한 제안이었다."
라우어는 "KIA 관계자들이 나를 찾아와서 '한국에 갈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12시간 남았다'고 했다. 솔직히 내게는 끔찍한 말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사정이 있었다. 라우어의 아내 에밀리가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라우어는 망설였지만, 오히려 한국행을 적극 권장한 것은 에밀리였다.
라우어는 "나는 그때 바로 '아니야. 지금 당장은 한국에 가고 싶지 않아. 지금은 아주 나쁜 타이밍이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됐다. 휴스턴이 한국에서 계약할 수 있도록 일찍 옵트아웃을 실행해줬고, 한국에서 가서 정말 놀랍고 멋진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라우어는 지난해 KIA의 통합 우승을 함께했다. 정규시즌 7경기에서 2승2패, 34⅔이닝,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경기에 등판해 1패,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라우어에게 재계약 가능성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조건은 구체적이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받아 떠나면 라우어와 계약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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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지친 라우어는 네일에게 문자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네일은 "아무 구단도 오퍼가 없다"고 답장했다. 마이너리그 계약과 스플릿 계약 제안뿐이라고 했다. KIA는 180만 달러(약 24억원)를 안겨 네일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네일과 계약을 마친 KIA는 라우어에게 안녕을 고했다.
라우어는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리그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KIA와 재계약이 불발된 게 오히려 라우어의 야구 인생에는 신의 한 수였다.
라우어는 현재 토론토에서 5선발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12경기(선발 6경기)에서 4승1패, 45이닝,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토론토는 49승38패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KBO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라우어는 올해 지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가능성도 생겼다. 지구 공동 2위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1경기차에 불과하지만, 최근 5연승을 달린 토론토의 기세가 좋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KIA 유니폼을 입고 광주에서 지낼 때는 토론토 슈퍼스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못지않은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고.
라우어는 "나는 사람들에게 토론토에서 게레로 주니어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정말 그랬다. 나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키가 큰 백인이었다. 식료품점에 가거나 하면 사람들이 'KIA 선수가 저기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또 다른 사람들을 불러서 소리쳤다. 그들은 조용할 생각이 없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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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