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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것이 바로 한때 '1억 달러(약 1377억원) FA'로 평가받았던 김하성(30·탬파베이)의 파워다.
김하성이 부상 복귀 후 첫 홈런을 날렸다.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4회초 역전 2점 홈런을 날리는 등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김하성은 복귀 후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며 시즌 타율 0.333(15타수 5안타) 3타점 2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OPS는 0.933으로 치솟았다. 복귀 후 첫 두 경기에서는 단타만 쳤던 김하성은 지난 1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2루타를 포함해 첫 멀티히트와 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11일 보스턴전에서도 장타(홈런)와 타점을 연달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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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0-1로 뒤지던 4회초 1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뷸러를 무너트렸다. 첫 타석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에는 신중한 승부를 펼쳤다. 결국 풀카운트까지 이어졌다. 6구째 승부가 났다. 뷸러는 시속 89마일(약 143㎞)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존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꺾였다.
하지만 김하성은 이 궤적을 미리 예상한 듯 공이 휘는 순간 지체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의 스윗 스폿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측 외야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이어 순식간에 37피트(약 11.3m)에 달하는 드높은 펜웨이파크 좌측 담장, 이른바 '그린 몬스터'를 넘어갔다. 역전 2점 홈런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타구가) 몬스터를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몬스터를 넘어갑니다!"라고 숨가쁘게 전했다. 배트에 맞은 뒤 담장을 넘어가기까지 불과 3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힘이 실린 하드히트라는 증거다. 강력한 한방을 보여준 김하성은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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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탬파베이는 7회말에 3점을 허용하면서 3-4로 역전당한 뒤 더 이상 반격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비록 팀의 역전패로 홈런의 가치가 살짝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김하성의 홈런은 현지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핵심선수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따낸 위용이 되살아났다고 볼 만한 페이스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2024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할 경우 총액 1억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는 미국 현지의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2022시즌부터는 완전히 주전자리를 꿰차며 빼어난 수비 능력과 적재적소에 터트리는 일발 장타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특히 김하성은 2022시즌과 2023시즌에 연달아 15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홈런(2022시즌 11개, 2023시즌 17개)을 기록했다. 2024시즌에도 8월 19일 부상 이전까지 120경기에 나와 11홈런을 치며 MLB 커리어 첫 '20홈런'에 도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비에서의 빼어난 실력 덕분에 2023시즌 NL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엄청 끌어올렸다. 이대로 2024시즌을 마감하고 FA를 선언한다면, 장기계약과 함께 총액 1억 달러까지도 받을 선수라고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도중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쪽 어깨를 다치며 '1억달러 FA' 꿈이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재활이 여의치 않으며 시즌 중 복귀에 실패했고, 결국 김하성은 10월에 오른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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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후 꾸준히 재활과 훈련을 이어오던 김하성은 결국 트리플A 재활경기 출전을 거쳐 지난 5일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무려 320일 만에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도루를 기록했지만,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다.
7회 안타 이후 2루 도루까지 성공한 김하성에게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더블스틸 지시를 내린 것. 결국 3루 도루시도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에 경련 증세가 생겼고, 이후 김하성은 3경기 연속으로 결장하며 몸 상태를 추슬러야 했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덕분에 9일 디트로이트전에 다시 돌아와 현재 3경기 연속으로 출전 중이다. 김하성은 복귀전부터 4경기 연속 안타행진 중이다. 왜 지난해 미국 현지 매체들이 김하성을 '1억달러 가치의 FA'라고 평가했는 지를 증명해보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