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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KBO리그의 고민들…후반기 어떻게 달라지나 [잠실포커스]

기사입력 2025-07-18 06:51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LG전. 8회초 1사 1, 2루 원성준의 병살타 비디오판독 때 염경엽 감독이 나와 심판과 대화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0/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올해 전반기는 10개 구단 감독들이 체크스윙 판정으로 인해 가장 속을 끓인 해가 아닐까.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7회말 삼성 박진만 감독이 김선수 3루심이 두산 김재환의 체크스윙을 볼로 판정하자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2/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4회말 1사 2,3루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김인태 체크스윙에 대해 주심을 찾아 어필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리팀 뿐만 아니라 모든 팀도 마찬가지니까."

야구팬들이 후반기에는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야구를 볼 수 있게 될까.

17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5경기는 모두 우천으로 취소됐다.

당초 오후 3시 35분쯤 키움-삼성의 대구 경기, NC-KIA의 수원 경기가 먼저 취소됐고, 오후 4시 46분을 기해 롯데-LG 잠실 경기가 뒤따랐다. 오후 5시 28분쯤 두산-SSG의 인천, 한화-KT의 수원 경기마저 모두 취소됐다.

경기전 취소 여부는 KBO 경기감독관(운영위원)이 결정한다. 전직 감독 또는 베테랑 심판 출신으로 구성된다. 경기 취소 여부는 우천이나 이로 인한 그라운드 사정이 야구 경기에 방해가 되는가,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질 요소가 얼마나 큰가에 달렸다.

구단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경기 시작 1~2시간 전후로 관중 입장이 시작된다. 경기 취소 여부가 예민하게 다뤄지는 지점이다. 일단 관중들이 입장하고 나면 경기감독관도 사람인 이상 빗줄기나 예보와 별개로 감정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소라면 취소시킬 정도의 강수량이라도 이미 입장한 관중들을 고려해 30분 지연 시작을 택하곤 한다.

구단 입장은 선수단과는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 설령 매진이 당연시되는 빅매치라고 해도 비가 예보된 날은 평소보다 관중이 적을 수밖에 없다. 올시즌 홈구장 연속 매진을 질주하던 한화와 롯데의 기록 역시 비오는날 끊겼다. 때문에 구단 측에선 현장을 찾은 관중이 기대 이하인 날은 차라리 취소되고 다른 날로 잡히길 원할 수도 있다. 반대로 취소된 경기가 주말 시리즈일 경우 홈팀의 속은 끓어오르기 마련이다.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17/
올스타휴식기에는 10개 구단 감독자 회의가 열린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우천 취소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의논을 했다"고 했다. 염 감독은 과거 "지금 비가 오지 않더라도 경기중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취소하는 게 맞다"며 파격적인 주장을 제시한 적도 있다.


"더블헤더도 2주 연속 치르면 현장에서 받는 데미지가 너무 크다. 부상선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린다. 더블헤더를 하더라도 2주 연속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최대 한달에 2번만 하자는 거다.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전반기 뜨거운 감자는 체크스윙이었다. KBO는 당초 내년부터 체크스윙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휴식기에 일단 모든 1군 구장에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위한 카메라 설치가 끝났다. 감독들은 하루빨리 도입하자고 아우성이지만, KBO는 한층 신중하다.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의 경우처럼 본격 도입에 앞서 실전에서의 데이터와 시행착오가 쌓여야한다는 입장이다.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01/
다만 KBO 역시 '가능한 빨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특히 각팀 사령탑들은 "올해 포스트시즌부터는 반드시 도입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체크스윙 하나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경우를 이미 전반기에 겪어보지 않았나. 만약 포스트시즌 경기 승패가 체크스윙 하나에 갈렸다고 생각해보라. 문제가 커지면 야구팬들 입장에서 리그에 대한 신뢰도가 치명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KBO 측은 현재로선 조심스러운 입장. 카메라 설치가 끝났을 뿐이지, 본격적인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도입됐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이는 물건너간 일. 10개 구단 단장들의 모임인 실행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야한다. 다만 여론을 감안하면 염경엽 감독의 주장처럼 포스트시즌에는 본격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ABS는 허구연 총재의 강력한 주장을 앞세워 전세계 프로야구 1부리그 중에 KBO리그가 최초로 도입했다. 오히려 메이저리그나 다른 리그에서 한국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


"왜 미국 따라가려 하나? 한국팬이 최우선" 우천취소 → 체크스윙까지, …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올스타전, 미스터 올스타 LG 박동원이 허구연 총재에게 트로피를 받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12/
염경엽 감독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하냐 안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리그와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우리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야구장에 자주 오게 만들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ABS처럼 선제적으로 앞서가고, 기술적으로 추가되는 부분은 차차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ABS에 불만 보이는 사람은 없다. 왜? 공정하니까. 10개 구단, 모든 선수가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지 않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정성이다. 팬들에게 리그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안된다. 프로리그의 존재가치는 팬에게 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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