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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홀릭' 한국에 이렇게 진심이라니, 어디서 이런 외국인 또 뽑았나…"지면 분해서 잠 못 잔다고"

최종수정 2025-07-20 10:44

'김치홀릭' 한국에 이렇게 진심이라니, 어디서 이런 외국인 또 뽑았나…"…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 NC 선발 라일리가 투구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30/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지면 분해서 잠을 못 잔다고 하더라."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최근 전반기를 마치고 외국인 선수들과 식사를 했다. 이 감독이 몸보신에 좋은 장어를 먹자고 제안한 것. 외국인 선수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혹시나 타지에서 고충은 없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에이스 라일리 톰슨이 생각보다 더 한국 야구 도전에 진심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감독은 "라일리가 의외로 경기할 때 승부욕이 어마어마하다. 식사할 때도 이야기하던데, 지면 분해서 잠을 못 잔다고 하더라. 외국인이 그런 말을 잘 하지도 않고, 그런 성향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하더라"고 놀라워했다.

NC는 그동안 드류 루친스키, 에릭 페디, 카일 하트 등 리그 최고 에이스들을 뽑아온 팀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다. 그런 NC 외국인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온 게 라일리였다.

라일리는 총액 90만 달러(약 12억원)를 받고 한국에 왔다. 메이저리그 경험 없이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던 선수라 100만 달러(약 13억원)까지 받진 못했다.

NC는 라일리의 강속구에 주목했다. 미국에서 직구 최고 159㎞, 평균 구속은 151~154㎞를 기록했다. 힘 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삼진을 잡는 능력이 빼어나다고 평가했는데, 마운드에서 구단의 평가 그대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은 "라일리가 타점이 높아 ABS에 적합한 투수다. 커브가 조금 높게 들어오는 것 같지만, 존 위를 통과하면서 공이 들어오더라. 포수가 라일리가 던질 때 보면 바닥에서 잡는 것 같지만 스트라이크일 때가 있다. 낮아 보여도 ABS를 통과해서 들어온다. 눈으로 보면 볼 같은데 ABS를 통과하는 공이 꽤 있다. 라일리의 커브가 낙차가 크다. 그 커브에 자신감이 붙었다. 직구가 시속 150㎞ 이상 나오니까 그런 커브도 가능한 것이다. 원래는 볼 판정이 될 수도 있는 공인데 스트라이크로 들어가고 결정구 헛스윙도 많이 나오니까. 커브가 이제는 제2 구종이 됐다"고 설명했다.

라일리는 전반기에만 11승을 거두며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와 나란히 다승 1위에 올랐다. 한화는 올해 1위를 질주하는 팀인데, NC는 7위에 머물러 있다. NC가 하위권을 맴도는 와중에도 라일리가 11승을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공을 던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라일리는 18경기에서 11승4패, 108⅔이닝, 139탈삼진,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19일까지 다승 2위, 탈삼진 3위, 평균자책점 8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라일리가 다승왕 도전을 이어 갈 가능성과 관련해 "운이 그래도 괜찮다. 라일리가 던질 때 방망이가 터진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김치홀릭' 한국에 이렇게 진심이라니, 어디서 이런 외국인 또 뽑았나…"…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 7회초 무사 1, 2루에서 라일리가 교체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30/

'김치홀릭' 한국에 이렇게 진심이라니, 어디서 이런 외국인 또 뽑았나…"…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 7회초 무사 1, 2루에서 라일리가 교체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30/
라일리의 승부욕이 승수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라일리는 "경기마다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전반기 11승의 원동력인 것 같다. 공격적인 마음가짐이 도움이 됐다. 좋을 때뿐만 아니라 안 좋을 때도 돌파할 방법을 찾는 게 선발투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안 좋을 때도 방법을 찾는 데 공격적인 마음가짐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승리를 챙기면 팀이 이기는 거니까. 다승왕 경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내 승리가 아닌 팀의 승리"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거의 해마다 외국인 에이스 유출을 경험한 NC는 라일리와 가능한 오래 동행하길 원한다. 이 감독은 그래도 라일리가 언젠가는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감독은 "라일리가 나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구 수가 80개가 넘어가면 구속이 떨어지긴 한다. 그런 것만 잘 보완하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커브 회전수 3000rpm 이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이라고 했다.

라일리는 아직은 메이저리그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도전하기로 한 이상 지금은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려 한다. 4개월 정도 시즌을 치르면서 한국 생활에 푹 빠지기도 했다.

라일리는 "지금은 멀리 보진 않고, 현재 뛰고 있는 KBO리그에 집중하고 싶다. KBO에서 뛰는 게 만족스럽고 사랑하는 리그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가족들도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치의 매력에 빠진 것도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다. 라일리는 17~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모두 비로 취소된 가운데 광주의 김치 맛은 어떤지 알아봤다고 한다.

라일리는 "김치의 고장이라고 해야 할까. 광주 김치가 유명하다고 해서 지금 먹고 있다. 김치 관련 인터뷰를 하고 팬들이 추천해 준 김치도 있었는데, 아직 먹어보진 못했다. 먹으면 꼭 후기를 남기겠다. 김치는 식사할 때마다 먹고 있고, 한국식 바비큐는 워낙 다들 좋아하고 찌개류도 좋다. 갈비탕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식 사랑을 보여줬다.

이 감독이 보양식으로 추천한 장어는 어땠을까.

이 감독은 "장어를 먹어보라니까 둘 다 안 먹더라. '힘이 진짜 나냐'고 그래서 진짜 난다고 먹으라니까 라일리는 그러면 먹어보겠다고 하더라. 로건은 절대 안 먹고"라며 웃었다.

라일리는 "장어가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다. 스태미나에 좋다고 해서 그러면 먹겠다고 하고 먹었다. 식사 자리 전에 장어가 좋다고 이미 말하셨다. 2번째 제안이었기에 장어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라일리는 한국에서 보낸 지난 4개월을 되돌아보며 "한국은 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한국에 왔다. KBO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리그다. 팬들의 응원 문화를 봤을 때 재미있어서 굉장한 리그라고 생각한다"며 오래 NC와 함께할 수 있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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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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