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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2군)는 그동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어야 할까.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더 가파른 관중 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밀착형 퓨처스리그 산업화. KBO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시장 확대와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서 개척해야 할 새로운 길. 프로야구 유치에 대한 지자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한 '퓨처스리그 산업화'의 가능성과 걸림돌, 그리고 해법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올해는 전반기에만 700만 관중을 훌쩍 넘겼다. 이제는 12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고의 흥행 카드로 자리매김한 KBO리그. 지방자치단체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프로야구단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0개 구단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 제 11,12구단 창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기존 연고지 이전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는 참담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점검이 시작됐고, NC는 '집 없는 떠돌이 여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NC의 연고지인 창원시는 책임 소재를 NC에 떠넘기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날. NC는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복수의 지자체가 NC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수도권 한 지자체는 NC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제안을 했다. "돈은 충분하다"라며 러브콜을 보낸 지역도 있었다.
NC는 현재 창원시에 잔류를 위한 21개의 요구안을 보냈다. 창원시는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NC 달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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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만만치 않다. 학생야구 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상위 라운드를 제외하고는 뽑을 선수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오는 상황. 새로운 구단 유치는 리그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기존 구단들의 극심한 반대도 걸림돌이다. 연간 수백억의 지출을 감당할 기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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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NPB) 2군의 경우 1군에 소속된 구단 뿐 아니라 각 리그별(이스턴, 웨스턴) 마다 독립된 2군 소속 구단이 각각 하나씩 있다.
오이식스 니가타 알비렉스 베이스볼 클럽(BC)과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
1군 모구단이 없는 순수 2군 구단이다. 오이식스 니가타 알비렉스 BC는 NSG 그룹이 모기업이고, 쿠후 하야테 벤처스는 하야테 그룹이 창단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홈구장을 가지고 있고, NPB 규정의 따라 연봉 지급도 이뤄지고 있다. 2군 리그에서 참여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소속된 선수들은 사실상 최저 연봉을 받고 있다. 덕분에 운영비는 프로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적은 돈을 받는다고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독립구단보다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2군 경기를 통해 프로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실제 두 팀 모두 프로 1군 선수를 배출했다. 최근 SSG는 쿠후 하야테 벤처스에서 뛰고 있던 장현진을 영입하기도 했다.
1군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어느 정도 팬몰이 또한 이뤄지고 있다. 자체 굿즈는 물론 응원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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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전문 구단이 생길 경우 선수 수급은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매년 50여명의 선수가 방출되고 있다. 이 중에는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는 선수도 있지만, 기회를 받지 못한 채 신인 선수 입단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 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은 독립구단에서 다시 프로 진입을 노리기도 한다. 방출 이후 독립구단에서 뛰다 다시 프로로 돌아오는 경우는 적지 않다.
독립구단의 경우 돈을 내고 야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퓨처스리그 전문 구단이 있다면 적지만 돈을 받고 야구를 하면서 프로 무대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방출 선수에게는 이보다 매력적인 조건은 없다.
방출된 선수를 따라 유입되는 팬층도 있다. 지역 주민 뿐 아니라 기존 야구팬 유입까지 가능하다.
프로야구 '질적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은 있다. 한 스카우트는 "2~3년 육성한 선수가 신인 선수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기존 경쟁 자원보다 떨어진다는 평가에 방출되기는 하지만, 늦게 핀 꽃도 있는 만큼 아쉬운 선수가 많다"고 밝혔다.
대기만성 형으로 늦게 만개하는 선수는 수두록 하다. '포기 없는 도전'이란 화두 속에 인간승리 스토리가 던지는 잔잔한 감동도 있다.
단 한 번 더 찾아온 기회는 절실하고, 중요하다. 선수가 어떤 기회를 어떻게 잡고 어떻게 성장해 갈 지 아무도 모른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