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4월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사실 이런 긴 시간 우천 중단은 KBO리그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다. 기상 이변으로 점점 더 날씨 예측이 힘들고, 한국도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내 구장은 고척스카이돔 단 하나 뿐인 현실이라 날씨 때문에 난감한 일들이 더 자주 벌어진다.
|
그래서 이번 올스타전 감독 회의때, 몇몇 감독들에게서 "우천 중단 시간에 대한 원칙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간 제한을 두거나, 조금 더 빨리 결정을 내려서 모두가 너무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게 하자는 의도다. 현재는 최소 30분 이상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약속이 있지만, 그 이후 재개 시점 여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심판진이 결정한다. 경기전 취소, 시작 여부는 현장 경기감독관이 판단한다.
|
지난 19일 수원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는 6회초 한화 공격 도중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약 34분간 중단된 끝에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6-5, 단 1점 차로 앞서고있던 한화에게 행운이 따른 1승이었다.
이날 경기는 내리는 비의 양이나 예보 등을 봤을 때 비의 지속 가능성이 워낙 명확해 강우콜드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경우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첫번째로 날씨 예보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 비가 내리는 추이를 조금 더 긴 시간을 들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무조건 결정 시간을 정해놓고 시작하면, 그 시간을 지키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부 감독들은 "일단 시작은 했으면 5회까지는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 역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5회 이전이라도 비가 너무 강하게 내릴 경우 경기를 강행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
|
또 현실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천 중단 시 경기 재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그라운드 정비 소요 시간' 때문이다. 한번 비가 쏟아지면 30분 내 그치더라도 그라운드 정비에만 최소 20분, 길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다 다시 내리면 정비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심판진이 경기 중단 이후 속개를 결정할 때도 정비 시간이 사실상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간 역시 '몇분 내야 해야한다'고 무조건 못을 박을 수 없는 부분이다.
|
장마가 끝났지만 8월, 9월에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여름 날씨와 가을 폭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KBO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현재로서는 현장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 개개인의 현명한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