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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최종수정 2025-07-22 11:40

"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우천 중단 1시간 뒤 심판이 그라운드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24/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4월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경기 전부터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비는 경기 시작 직후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 개시 후 2분만에 중단됐다가 16분 후 재개됐지만, 결국 4회초 LG 공격 도중 다시 우천 중단됐다. 이날 경기는 결국 중단 시간만 2시간 35분이었다. 155분의 기다림 끝에 재개된 경기는 결국 정상적으로 끝이 났다. 오후 2시에 시작해 8시13분에 경기가 끝났다.

역대 최장 시간 우천 중단 기록은 지난 2023년 9월 17일 대전 KT 위즈-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된 204분(3시간24분)이고, 4월 19일 LG-SSG전은 역대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 이런 긴 시간 우천 중단은 KBO리그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다. 기상 이변으로 점점 더 날씨 예측이 힘들고, 한국도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내 구장은 고척스카이돔 단 하나 뿐인 현실이라 날씨 때문에 난감한 일들이 더 자주 벌어진다.


"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6회초 한화 공격을 앞두고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대형 방수포 깔리고 있는 케이티위즈파크.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9/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이런 긴 시간 경기 중단은 선수 컨디션 관리나 투수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불과 2023년까지 만 해도 우천 중단 시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든 중단 시점에 던지던 투수가 다시 나와야 하는 불합리한 규정이 있었지만 이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2024년부터 개정됐다. 투수들에 대한 보호 차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봤을 때, 잘 던지던 투수를 우천 중단 대기로 인해 강제로 교체해야 하는 변수도 존재한다. 투수들 뿐만 아니라 타자들의 컨디션이나 타격감, 비가 내린 이후 그라운드 컨디션에 따른 부상 위험성 역시 함께 따라오는 문제다.

그래서 이번 올스타전 감독 회의때, 몇몇 감독들에게서 "우천 중단 시간에 대한 원칙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간 제한을 두거나, 조금 더 빨리 결정을 내려서 모두가 너무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게 하자는 의도다. 현재는 최소 30분 이상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약속이 있지만, 그 이후 재개 시점 여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심판진이 결정한다. 경기전 취소, 시작 여부는 현장 경기감독관이 판단한다.


"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17/
감독들의 의견이 모인 만큼 관련 안건은 향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9일 수원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는 6회초 한화 공격 도중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약 34분간 중단된 끝에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6-5, 단 1점 차로 앞서고있던 한화에게 행운이 따른 1승이었다.

이날 경기는 내리는 비의 양이나 예보 등을 봤을 때 비의 지속 가능성이 워낙 명확해 강우콜드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경우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첫번째로 날씨 예보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 비가 내리는 추이를 조금 더 긴 시간을 들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무조건 결정 시간을 정해놓고 시작하면, 그 시간을 지키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부 감독들은 "일단 시작은 했으면 5회까지는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 역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5회 이전이라도 비가 너무 강하게 내릴 경우 경기를 강행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


"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
2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롯데 마스코트 누리의 모습.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1/
여기에 경기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주 수원 경기는 조금 예외적이지만, 1점 차 혹은 동점의 타이트한 승부에서는 선뜻 우천 취소나 강우콜드를 시키기도 상당히 난감하다. 특히 5회 이전이면 한팀이 크게 이기고 있더라도 경기 재개가 어려울 경우 '노게임'이 선언되는데, 어떤 상황이더라도 불만이 있는 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현실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천 중단 시 경기 재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그라운드 정비 소요 시간' 때문이다. 한번 비가 쏟아지면 30분 내 그치더라도 그라운드 정비에만 최소 20분, 길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다 다시 내리면 정비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심판진이 경기 중단 이후 속개를 결정할 때도 정비 시간이 사실상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간 역시 '몇분 내야 해야한다'고 무조건 못을 박을 수 없는 부분이다.


"2~3시간 우천 중단 대체 누굴 위해? 원칙을 만들자" 현장 어필, 현…
1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경기. 5회말 한화가 5대 4로 앞선 가운데 우천 중단되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비를 맞고 있는 이지강.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15/
복잡한 변수들이 얽히고 설킨 우천 중단 이슈.

장마가 끝났지만 8월, 9월에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여름 날씨와 가을 폭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KBO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현재로서는 현장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 개개인의 현명한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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