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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악재의 전조신호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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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좋은 송구로 더블 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해 문책성 교체를 당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의 수였다. 또한 지난해 수술을 받았던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송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로 어깨 부상 재발이 의심됐지만, 천만다행으로 어깨 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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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타자로 나온 김하성은 상대 우완 선발 션 버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나갔다. 김하성은 최근 4경기에서 4개의 볼넷을 골라나가고 있다. 경기당 1개꼴이다. 이날도 김하성은 상대의 제구 난조를 이용해 손쉽게 출루했다. 버크는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려다 3연속 볼을 던졌다. 4구째가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지만 다섯번재 공이 다시 높이 뜨며 볼넷이 됐다.
1루에 나간 김하성은 후속 크리스토퍼 모렐 타석 때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최근 김하성은 3경기 연속 도루를 기록 중이다. 팀 공격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기 위한 헌신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김하성의 도루는 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속타자들이 적시타를 날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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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3회초 수비이닝.
화이트삭스가 1사 1, 3루에서 공격을 이어가던 상황이다. 탬파베이 선발 쉐인 바즈는 타석에 나온 콜슨 몽고메리를 상대로 초구 몸쪽 커터를 던져 1루 땅볼을 이끌어냈다. 탬파베이 1루수가 전진해 공을 잡았다. 이와 동시에 유격수 김하성은 2루로, 2루수 월스는 1루로 각각 커버플레이에 들어갔다.
프로 내야수라면 이미 수천 번도 더 해본 더블 플레이 수비공식이다. 김하성은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1루수의 정확한 송구를 받아 선행 주자를 포스아웃시켰다. 이제 1루로 강하게 송구하면 더블플레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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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도 부정확했다.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던 탬파베이 2루수 월스의 글러브 왼쪽으로 치우쳤다. 월스는 결국 베이스에서 발을 떼고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월스가 잘 캐치하지 못했다면 악송구로 더그아웃쪽으로 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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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하성은 3회말 탬파베이 공격이 끝난 뒤 카바예로와 교체됐다. 앞서 언급한 두 장면을 다시 살펴보면 왜 교체됐는 지 이해할 수 있다. 김하성이 2회말 슬라이딩 과정에서 허리 쪽에 부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3회초 수비 때 제대로 된 송구를 하지 못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허리 턴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팔로만 던지려니 송구에 힘이 실리지 않고, 방향도 부정확해진 것이다.
탬파베이전 중계 현장리포터인 라이언 바스는 "김하성은 오늘 경기에서 허리 통증을 느껴 경기장을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탬파베이 지역매체인 '탬파베이 타임스'의 마크 톱킨 기자 역시 '김하성이 허리 통증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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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많이 다친 적은 없었다. 정말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딩할 때 (허리 쪽에)강하게 느낌이 들었다. 계속 경기를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일단 내일까지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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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은 남은 시즌에 팀내 최고연봉자로서의 실력 못지 않게 스스로의 건강함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