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일본어로 언급, 노모가 문을 열고, 이치로와 오타니가 그 길을 따라갔다[민창기의 일본야구]

기사입력 2025-07-29 07:21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스즈키 이치로는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입회식 연설에서 선배 노모 히데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는 "노모씨가 문을 열어준 덕분에 생각하지 못했던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UPI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일본인 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스즈키 이치로는 데뷔 첫해인 2001년부터 10년 연속 200안타-3할 타율을 기록하며 아시아인 야수에 대한 편견을 깼다. UP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빌리 와그너와 스즈키 이치로, CC 사바시아(왼쪽부터). AP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스즈키 이치로가 아내 유미코씨와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을 축하하는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UP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AP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스즈키 이치로는 28일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입회식에서 아내 유미코씨(가운데)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AFP연합뉴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AP연합뉴스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줬다."

지난해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코리안 특급' 박찬호(52)는 역사적인 경기에서 시구를 한 뒤 노모 히데오(57) 얘기를 꺼냈다. 5년 선배 노모가 있어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30년 전 둘은 메이저리그에서 '유이'한 아시아 출신 선수였다. '개척자' 노모가 길을 내고 박찬호가 따라갔다.

한양대를 중퇴하고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찬호에게 노모는 클래스가 다른 존재였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입단 첫해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역부족을 확인하고 더블A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입단 초기 박찬호는 빠른 공을 던지는 성장 과정에 있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반면, 노모는 일본에서 정상을 밟고 1995년 더 큰 무대로 날아왔다. 사회인야구를 거쳐 1990년 긴테쓰 버팔로즈(오릭스)에 입단한 노모는 4년 연속 퍼시픽리그 다승-탈삼진 1위를 했다. 1990년 신인상과 MVP, 사와무라상을 동시에 수상한 슈퍼스타였다.

그는 긴테쓰에서 5년간 134경기에 선발로 나가 80차례 완투를 했다. 1051⅓이닝을 던지면서, 1204탈삼진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첫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3승(6패), 236탈삼진을 올리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강력한 직구, 마구 같은 포크볼을 앞세워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뒀다. 두 차례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노모가 가면 길이 됐다. 노모의 빛나는 활약이 박찬호에게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위대한 선수가 노모에게 경의를 표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야구 천재' 스즈키 이치로(52). 그는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28일(한국시각) 열린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입회식에서 선배 노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이치로는 아내와 뉴욕 양키스 시절 팀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LA 다저스 선후배인 노모 히데오와 오타니 쇼헤이가 함께 했다. 사진출처=LA 다저스 SNS
동료인 데릭 지터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어로 19분간 연설을 했다. 이치로가 영어 연설 중에 유일하게 일본어로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노모씨, 감사합니다(野茂さ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노모가 메이저리그로 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노모가 길을 터자 일본선수들이 일본프로야구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치로는 "노모씨 덕분에 메이저리그 경기가 중계되고 화제가 됐다. 노모씨의 용기 덕분에 상상하지 못했던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노모씨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의 격차가 영원히 줄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감동했고 스트라이크존 등 리그간의 차이를 알게 됐다. 노모씨를 상대해 봤기에 메이저리그가 가깝게 느껴졌다.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했다.

노모의 길이 이치로를 거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로 이어졌다.

1992년 오릭스 블루웨이브 입단. 이치로는 주전으로 올라선 1994년부터 7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 1위를 하고 5년 연속 안타 1위를 했다. 1994~1996년, 3년 연속 리그 MVP를 차지했다. 또 1994년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210안타를 쳤다.

이치로가 2000년 겨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이 반신반의했다. 루 피넬라 감독 등 시애틀 구단 관계자들은 타율 2할8푼에 도루 20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LA 에인절스 시절 오타니가 시애틀 원정 경기 때 외야에서 이치로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스포츠조선DB
~30개를 기대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예상을 무참히 깼다. 아시아 출신 야수에 대한 편견까지 모조리. 그는 첫해부터 10년 연속 200안타를 넘고, 10년 연속 3할 타율을 마크했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받았다. 2004년 '262안타'를 때려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3089안타'를 치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미일 통산 4367안타.

이치로의 출발점에 노모가 있었다.

이치로에게 노모는 특별하게 기억될 수밖에 없다. 오릭스 입단 2년차였던 1993년, 긴테쓰 에이스 노모를 상대로 프로 첫 홈런을 터트렸다. 주전으로 자리 잡기 1년 전 일이다. 그해 이치로는 43경기에 출전해 67타석에 섰다. 12안타-1홈런을 치고, 3타점을 올렸다.

이치로는 2001년 노모와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마주했다. 첫 경기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노모가 던진 패스트볼이 이치로의 등을 강타했다. 이치로는 비명을 지르며 타석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노모는 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노모씨, 고맙습니다" 이치로가 명예의전당 19분 영어 연설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야마모토 요시노부 SNS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첫해 성공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바라봤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일본인 야수, 일본프로야구 최고타자로서 책임을 느꼈을 것이다. 노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