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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km 찍었다...18대0 패배도 충격적인데, 강백호 투수 등판은 더욱 쇼킹했다 [잠실 현장]

최종수정 2025-07-31 21:41

144km 찍었다...18대0 패배도 충격적인데, 강백호 투수 등판은 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LG전. 8회말 투수로 등판한 강백호가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31/

[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무슨 일인가.

KT 위즈 강백호가 투수로 등장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KT와 LG 트윈스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31일 잠실구장. 5회 종료와 함께 스코어는 16-0 LG의 리드였다. 사실상 끝난 경기.

이후 후반은 사실상 '가비지 게임' 형태로 흘렀다. KT 선수들은 이미 의욕을 잃었고, LG도 주전급 선수들을 다 빼줬다. 사이클링히트가 걸린 문보경만 이를 악물고 타격을 하는 모습.

그런 가운데 8회말 LG 공격을 앞두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강백호의 투수 등판. 강백호는 부상 복귀 후 지독한 타격 부진으로 인해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8회초 공격 대타로 나와 내야 땅볼에 그쳤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더니,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당당히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수로 공을 던지겠다는 것이었다. 전광판에도 투수 강백호 사인이 찍혔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다. 어깨가 강하기에 가능한 일. 하지만 프로로 오며 포지션을 정해야 했고, 당연히 자신의 타격 자질을 살릴 수 있는 야수가 됐다. 포수도 바로 접었다.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144km 찍었다...18대0 패배도 충격적인데, 강백호 투수 등판은 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LG전. 8회말 투수로 등판한 강백호가 첫 타자 이주헌에게 솔로포를 허용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31/
그런 강백호가 마운드에 올랐으니, '이게 뭐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강백호가 KT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적이 있기는 하다. 2019년 9월29일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는데, 이 경기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이벤트 개념이었다. 이날은 팀이 0-16으로 지고 스윕을 당할 위기인데 이벤트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원정 경기였다.


KT는 이날 경기가 완전히 꼬였다. 선발 헤이수스가 부진에, 3회 헤드샷 퇴장까지 당해버렸다. 2년차 원상현은 9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우규민, 원상현, 최동환, 주권을 7회까지 썼다. 많이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NC 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이 이어지기에 필승조를 아낄 필요는 있었다.

아마도 이게 강백호를 투수로 낸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명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야수 키케 에르난데스를 투수로 자주 투입한다. 이미 상대로 승기가 간 경기 투수를 아낄 때다. 이 선택으로 많은 비판도 받았다.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지키는 팬들에 대한, 상대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44km 찍었다...18대0 패배도 충격적인데, 강백호 투수 등판은 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LG전. 8회말 투수로 등판한 강백호가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31/
강백호의 기분 전환을 고려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예비 FA 시즌 부진에 부상에 너무 머리가 아플테니, 발상의 전환으로 머리를 식혀보라는 이강철 감독의 배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백호는 초구 142km를 찍었다. 하지만 1군 무대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선두 이주헌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최원영에게 2루타, 신민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김현종은 몸쪽 꽉찬 공으로 삼진을 잡았고, 박관우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나름 제구는 안정적. 하지만 문보경의 벽을 넘지 못하고 추가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게 강백호의 1이닝이 마무리 됐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가 나왔다. 양팀 경기는 그렇게 0대18 KT 대패로 끝났다.

어찌됐든 한숨만 쉬고 있던 KT팬들은 마지막 그나마 볼거리 하나가 생겨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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