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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3년 전 그대로 은퇴했으면 어쩔 뻔했나. 베테랑 우완 김건국이 위기의 KIA 타이거즈를 구했다.
KIA는 지난달 28일 NC 다이노스와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KIA는 외야수 최원준과 이우성, 내야수 홍종표를 내주고, NC에서 투수 김시훈과 한재승, 내야수 정현창을 받아왔다. 전부 1군 전력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할 정도로 불펜 사정이 심각했다.
김건국은 어느 때보다 긴 이닝을 버텨주는 게 중요했다. 이범호 KIA 감독이 7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21로 고전한 필승조 조상우를 2군으로 내렸다. 롱릴리프로 쓰던 성영탁이 필승조로 옮기면서 이적생 한재승을 써야 하는 상황. 검증되지 않은 조합이기에 가능한 불펜 가동 이닝을 줄여야 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1⅓이닝 32구를 던진 것도 불안 요소였다.
1-1로 맞선 5회초 두산 선두타자 조수행이 유격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으나 포수 김태군이 2루를 훔치던 조수행을 잡으면서 부담을 덜어줬다. 1사 후 김건국은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한재승과 교체됐다. 아쉬움이 남을 뻔했는데, 한재승이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아 추가 실점 없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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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국은 어떻게 보면 KIA 덕분에 야구선수로는 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방출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까지 여러 팀을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2021년 시즌 뒤 롯데에서 방출되면서 1년 동안 소속팀 없이 은퇴 위기에 놓였었지만, 절실하게 버틴 끝에 KIA 입단 테스트 기회를 얻어 2023년 입단했다.
김건국은 KIA 유니폼을 입은 3년 동안 42경기(선발 13경기), 3패, 82⅔이닝, 평균자책점 6.97을 기록했다. 연봉 4500만원에 재계약한 올해 나이 37살에도 시속 140㎞ 후반대 공을 던지며 생존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성적표가 빛나는 선수는 아니지만, 소금과 같은 존재다.
김건국은 대체 선발투수로 합류하면서 "외국인 투수가 완벽히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 목표를 완벽히 수행하고 이제 불펜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KIA는 올러가 오는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김건국은 올러가 돌아와도 1군에서 계속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불펜이 다 퍼진 상황에서 지금 김건국만큼 좋은 롱릴리프가 없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고, 올해 후반기부터 합류한 좌완 이의리 역시 5이닝 이상 투구를 아직 힘겨워하는 상황. 김건국이 불펜에서 계속 긴 이닝을 버텨줘야 KIA가 5강 싸움을 이어 갈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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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