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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면 과연 어떤 코치가 스타급 선수들 훈련을 적극적으로 시킬 수 있을까.
키움은 5일 안우진이 오른쪽 어깨 인대 수술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오른쪽 견봉 쇄골 관절의 인대 손상. 국내 병원을 포함, 지난 2023년 팔꿈치 내측측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던 미국 켈란-조브 클리닉 등을 수술 병원 후보로 검토 중이다. 수술 후에는 약 1년여 간의 재활 기간이 예상된다.
안우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내달 중순 병역 의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못 다 쓴 휴가 등 시간이 날 때마다 2군 훈련에 합류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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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구단은 "청백전 당시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진 팀이 추가 훈련(펑고)을 하기로 했고, 안우진이 속한 팀이 패했다. 안우진은 추가 훈련 제외를 요청했으나 패배 팀 전체가 참여하는 분위기에서 파트 코치의 권유로 훈련에 동참했다가 다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펑고 훈련은 외야 필드에서 진행했으며 강도는 세지 않았다"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지만, 구단은 이번 부상을 선수단 안전 관리 소홀로 발생한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안우진과 키움에 닥친 엄청난 악재.
키움은 안우진 복귀 시점에 맞춰 인고의 리빌딩을 해왔지만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이 궁극적 목표인 안우진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포스팅 가능 시점과 FA 자격취득이 1년 늦춰지게 됐다. 미국 진출의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내년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도 무산됐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키움은 논란의 해당 코치와 서둘러 결별하며 논란 확산 진화에 나섰다.
키움 측은 "(안우진에게 펑고 훈련을 권유한) 해당 코치는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을 느껴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곧 수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구단의 최고 자산인 슈퍼스타의 심각한 부상은 선수와 구단, 나아가 리그 전체에도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을 코치 한 사람이 떠안고 떠나는 게 맞는지는 살펴봐야 할 문제다.
부상 과정이 항간에 자극적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코치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
재활중인 선수가 받으면 안될 가혹한 벌칙을 코치의 강압의 의해 받다가 사고가 난 것 것처럼 알려졌다. 비난의 포화가 집중됐음은 물론이다.
실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재활을 마치고 실전 마운드에서 157㎞를 뿌리는 투수. 펑고를 왜 받아야 했느냐 문제를 떠나, 재활중이라 펑고를 받을 수 없다는 건 넌센스다.
구단 설명대로 당시 훈련은 투수도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펑고 훈련이었다. 안우진이 다친 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또 아무리 훈련의 일환이라고 해도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안우진이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꼭 벌칙 개념의 훈련을 시켜야 했었나 얘기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무조건 인재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A구단 2군 코치는 "우리 팀도 투수들이 비슷한 펑고 훈련을 한다"고 했고, B구단 관계자도 "이런 장치가 없으면 2군 챙백전 집중도가 떨어지는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안우진이 '난 정식 선수가 아닌데', '다음 운동 스케줄이 있는데' 등의 이유를 든 불참 요청에 한 코치가 '그래도 함께 경기했는데, 벌칙도 같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정도의 현장에서 종종 있는 선수와 코치 간 '밀당' 대화가 큰 사고의 원인이 돼버렸으니, 해당 코치는 거센 비난과 눈총 속에 정신적 압박을 크게 받을 밖에 없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해당 코치는 안우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 속에 사의를 표시했고, 구단은 빠르게 이를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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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에 앞으로 코치들은 선수들을, 특히 빅스타들을 어떻게 훈련시킬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으로 특정선수를 타깃화 해 괴롭힌 것도 아니고, 함께 하는 훈련에 동참할 것을 얘기한 정도인데 졸지에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우진의 부상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책임을 왜 그 코치가 다 져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식 선수가 아닌 안우진을 훈련에 합류하도록 허락한 구단 수뇌부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안우진 부상 사태의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스타급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했다, 부상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코치들이 져야하는 시발점이 될 지 모를 사건이다.
안 그래도 최근 야구 예능프로그램 폭주 속 현장 코치 인력난과 함께 처우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터. 이런 일들이 이어진다면 현장 지도자가 설 자리가 좁아지다 못해 사라진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궁극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