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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까지 마치고, 차에 탄 선수 끌어내려 벌칙 펑고? 안우진 충격 부상 문제의 그날, 사건의 재구성

기사입력 2025-08-06 11:28


샤워까지 마치고, 차에 탄 선수 끌어내려 벌칙 펑고? 안우진 충격 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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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샤워까지 마치고 떠나는 선수를 붙잡아 '벌칙 훈련'을 시켰다?

안우진의 '황당 부상'에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뛰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중인 안우진. 9월 중순 복귀를 앞두고 쉬는 날에는 고양 키움 2군 훈련장에 합류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대형 사고가 터졌다. 2일 자체 청백전 후 사달이 났다. 대부분의 팀들이 청백전 사기 진작을 위해, 패한 팀에 벌칙 훈련을 부과한다. 이름은 벌칙이지만 민첩성, 체력 증진을 위한 운동이다. 이날 안우진이 속한 팀이 패했다. 그리고 안우진이 펑고 훈련을 하다 넘어졌는데, 공을 던지는 오른 어깨쪽이 바닥에 부딪히며 부상을 했다.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오른쪽 견봉 쇄골 관절의 인대 손상. 당장 수술이 필요했고, 재활에만 1년이 걸리는 중상이었다.

당장 미국 진출 시나리오가 늦춰진 안우진에게도, 리빌딩을 마치고 내년 시즌 재도약을 꿈꾸던 키움에게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준비하는 국가대표팀에게도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다.

충격파가 컸던 만큼 '괴담' 수준의 얘기가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했다.

안우진이 훈련 제외를 수차례 요청했는데, 코칭스태프가 이를 묵살하고 강압적으로 훈련을 시켰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다른 팀 선수단, 야구계에 퍼진 소문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렇다면 그날 2군 훈련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장 증언을 통해 팩트 체크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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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왜, 어떻게 시작됐나

4이닝 자체 청백전이었다. 안우진은 1회 1이닝을 던졌다. 안우진은 불펜에서 부족한 투구수 15개를 채웠다. 이어 트레이너와 함께 팔꿈치 보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사이 4이닝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단 미팅이 진행된다. 안우진도 부랴부랴 뛰어나갔다. 여기서 "이긴 팀은 정리 훈련, 진 팀은 약속대로 '펑고'"라는 코칭스태프 지시가 떨어졌다. 이 때 안우진이 파트 코치에게 슬쩍 '나는 빠지면 안되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해당 코치는 안우진에게 '그래도 경기를 함께 했으니, 엑스트라 훈련도 같이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안우진은 별 다른 얘기 없이 동료와 함께 벌칙 훈련을 소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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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외야 펑고였나

항간에는 안우진이 투수는 받을 필요가 없는 가혹한 수준의 외야 펑고를 받았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속칭 '개밥'이라고 불리는 아메리칸 펑고는 포구한 반대방향으로 끊임 없이 뜬공을 날려 쉴 새 없이 타구를 따라가게 하는 힘든 훈련이다. 전문 외야수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할 만큼 강도 높은 훈련. 외야수 순발력과 체력 증진을 위해 시행된다.

하지만 안우진이 소화한 펑고는 외야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것일 뿐, 투수들이 평소에 하는 땅볼 타구 처리 훈련을 했다. 한 개의 공을 받고, 다음 두 번째 공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뜬 공 펑고는 없었다. 안우진이 공을 밟아 완전히 균형을 잃어 크게 넘어졌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다리가 꼬였는지, 어떤 이유에서 중심이 흔들렸는지 정확한 원인까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땅볼 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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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까지 마친 선수를 다시 데려왔다?

중요한 쟁점이다. 안우진이 억울하다고 생각될 만한 소문도 있었다.

안우진이 샤워까지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위해 개인 승용차에 탔는데 후배 선수가 따라와 '코치님들이 오라고 하신다'고 했고, 이에 안우진이 돌아가자 벌칙 훈련 통보를 받았다는 것.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키움 구단이 필요 이상의 강요를 했다고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키움 관계자는 "요즘 시대에 이런 사실을 어떻게 숨기겠나. 절대 사실 무근이다. 1회 투구를 마치고, 개인 치료 등으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엑스트라 훈련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안우진 부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도 "보는 눈이 몇이었는데,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발표가 늦었던 건 중요한 선수이고, 부상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하에 여러 병원을 돌며 크로스 체크를 한 후 최종적으로 상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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