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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벌칙 훈련, 개밥 펑고 논란 일파만파...서러운 수술 앞두고, 안우진은 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나

기사입력 2025-08-08 01:15


강제 벌칙 훈련, 개밥 펑고 논란 일파만파...서러운 수술 앞두고, 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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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안우진도, 그걸 확인해야 하는 직원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키움 히어로즈와 안우진의 논란이 일단락됐다. 황당한,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한 안우진은 7일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약 6개월 정도 회복 기간을 거치면, 투수로서의 훈련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빠르면 내년 전반기 안에는 안우진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

격변의 한 주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중인 안우진은 9월 중순 전역을 앞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키움의 2군 훈련장을 찾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문제는 2일 발생했다. 자체 청백전을 치른 후 안우진이 속한 팀이 패했고, 사전 약속대로 벌칙 겸 마무리 훈련인 펑고 훈련을 실시했다. 정식 선수도 아니고, 배려 속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를 뛴 안우진은 처음에는 엑스트라 훈련 참가를 거절했다. 하지만 한 코치가 함께 경기를 했으니, 훈련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설마 안우진을 괴롭히려고 훈련에 참가하게 했을까.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팀으로 참가했으니 끝까지 함께 하자는 의미가 강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안우진이 공을 잡다 넘어졌고, 공을 던지는 오른 어깨를 다쳤다. 검진 결과는 충격적. 어깨 견봉 쇄골 관절 인대 손상. 수술이 필요했다. 당장 9월 복귀를 꿈꾸던 안우진 뿐 아니라, 리빌딩을 마친 후 내년 시즌 승부를 보려던 키움 구단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안우진을 선발하려던 국가대표팀에도 엄청난 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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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안우진이 다친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다치는 과정이 '인재'였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일파만파 파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먼저 안우진에게 훈련을 권한 코치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2군 감독대행이든 함께 훈련을 허락한 수뇌부 등이 피해를 보기 전에 '꼬리 자르기' 사의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온갖 소문이 다 떠돌았다. 샤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 승용차에 탄 안우진을 끌어내려 훈련에 들어갔다는 것, 안우진이 소위 말하는 '개밥 펑고'라고 불리우는 필요 이상의 벌칙 훈련을 받다 무리하는 바람에 다쳤다는 등 흉흉한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사실무근. 안우진은 집에 가다 끌려와 훈련을 받은 적도 없었고, 몸에 무리가 갈만한 힘든 벌칙성 훈련을 받은 적도 없었다. 혹자는 '재활중인 선수를 엑스트라 훈련에 참가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는데, 안우진은 재활중인 선수라고 하기에는 그날 157km 강속구를 뿌린 투수였다. 이제 막 수술을 하고 재활중인 선수라면 당연히 모든 상황에 조심스러웠겠지만, 안우진은 수술을 받고 모든 재활 과정을 거친 뒤 복귀를 준비하는 최종 마무리 단계이 있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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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입장에서는 복귀를 앞두고 다친 게 너무 속상했을 것이다. 당장 복귀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큰 꿈이 미뤄지게 되는 일이었기 때문. 더군다나 어떤 이유에서든 엑스트라 훈련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한 건 팩트이기에 '왜 정식 선수가 아닌 나도 훈련을 하게 해서'라고 생각하면, 정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당시 코칭스태프와 구단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괴담' 수준의 소문이 일파만파 번졌고, 구단이 풍비박산 나기 직전까지 몰렸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을 정하고 일정을 잡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안우진은 구단 관계자와 만나 당시 부상 상황에 대한 증언을 했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제 부상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부상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구단에 충분히 설명 드렸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보다 빠른 회복을 위한 기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강제 벌칙 훈련, 개밥 펑고 논란 일파만파...서러운 수술 앞두고, 안우…
사진출처=김재웅 SNS
일각에서는 "'갑' 위치의 구단이 '을' 안우진에게 증언을 강요한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겠지만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그 때 보는 눈이 많아 숨길 수도 없는 일이고, 안우진이 그렇게 부당한 강요에 굴복할 클래스의 선수도 아니다.

수술 준비로 힘들 선수에게 당시 힘든 상황 얘기를 꺼내야 하는 구단 직원들의 마음은 또 어땠겠는가. 키움 구단은 안우진의 수술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여러 의혹들에 대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당사자가 입을 열었으니, 이제 일단락 될 문제. 남은 건 안우진이 건강하게 회복해 돌아오는 일 뿐이다. 팔꿈치 수술과 병역 의무 수행으로 오랜 시간 마운드에 서는 걸 갈망한 안우진의 복귀에 차질이 생긴 것도 안타깝지만, 필요 이상의 소문과 논란에 선수와 구단이 상처를 받는 건 더 씁쓸했던 이번 사태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다음은 안우진의 확인과 동의를 거쳐 구단이 밝힌 강압 의혹 관련 입장문

1. 추가 훈련 참여 배경 및 부상 경위

- 안우진 선수는 8월 2일(토) 오전 11시 30분,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열린 청백전에 실전 감각 점검을 위해 등판, 1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이후 불펜에서 약 15개의 공을 추가로 던졌으며, 투구를 마친 후 치료실로 이동해 치료 및 보강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 안우진 선수는 청백전 종료 후 선수단 전체 미팅에 참석했고, 진 팀을 대상으로 추가 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안우진 선수는 코치실까지 찾아가 파트 코치에게 추가 훈련 제외를 정중히 요청했으나, 파트 코치의 권유를 따르기로 하고 추가 훈련에 임했습니다.

- 안우진 선수가 속한 투수조는 외야 우익수 위치 잔디(내야수 3루 베이스, 포수 및 외야수는 홈 베이스 후면)에서 추가 훈련(펑고)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안우진은 등판 후 운동화로 갈아 신은 상태였고, 빨리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그대로 그라운드로 향했습니다. 또한 추가 훈련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공을 잡기 유리한 외야 글러브까지 착용하고 훈련에 나섰습니다. 훈련 제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사실은 없습니다.

- 안우진 선수는 두 번째 펑고를 받는 중에 공을 놓치면서 넘어져 어깨를 부딪쳤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첫 번째 정밀 검진을 받았습니다.

2. 추가 훈련 참여 강요 여부

- 일각에서 제기된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던 중 훈련에 강제로 불려 나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안우진 선수가 퇴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이동하거나 차량에 탑승한 사실이 없고, 특정 선수가 코치의 훈련 동참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안우진 선수를 찾아온 사실도 없습니다.

3. 추가 훈련 강도

- 청백전 종료 후 진 팀 투수들은 외야 필드에서 추가 훈련으로 펑고를 진행했습니다. 펑고를 받는 선수는 좌우 6M~7M 씩 폭을 두고 섰고, 선수와 펑고를 쳐주는 코치와의 거리는 약 5M 정도였습니다. 타구의 강도는 배트에 공을 가볍게 갖다 대는 수준이었습니다. 전체 시간은 약 15~20분 정도 소요 되었습니다. 추가 훈련 후 선수단 교육이 예정돼 있어 평소보다 짧게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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