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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보내길 잘했지" 신중했던 김태형 감독, '158㎞ 쾅쾅' 윤성빈 보며 마침내 웃었다…가을을 기다리는 이유

최종수정 2025-08-10 12:51

"불펜 보내길 잘했지" 신중했던 김태형 감독, '158㎞ 쾅쾅' 윤성빈 …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9회초 윤성빈이 등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6/

"불펜 보내길 잘했지" 신중했던 김태형 감독, '158㎞ 쾅쾅' 윤성빈 …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8회초 롯데 윤성빈이 SSG 최정을 상대로 던진 직구의 구속 158Km가 전광판에 나타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8/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제 포크볼 봤어? 불펜으로 돌리길 정말 잘했지."

기념비적인 직구-포크볼의 콤비네이션이 될 수 있을까. 칭찬에 인색한 사령탑의 표정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처음 만날 당시만 해도 김태형 롯데 감독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팀 타율 2할4푼4리(7위)까지 주저앉은 타선의 부진 때문이다.

하지만 윤성빈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로 바뀌었다. 윤성빈의 최근 기세는 말 그대로 무시무시하다.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보다 더 놀라운 건 완벽에 가까운 경기내용이다.

5일 KIA 타이거즈전 김도영 삼진, 최형우-박정우 범타, 6일 KIA전 김선빈 김도영 최형우를 상대로 KKK를 잇따라 기록했다. 8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박성한 최정 삼진, 한유섬 범타로 깔끔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추가했다.

상대한 타자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김태형 감독은 '일부러 중심타선에 붙이시나'라는 말에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공이 좋으니까 중심타선에도 한번 붙여봤다.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그 정도 직구에 143㎞ 포크볼 그렇게 떨어뜨리면 완전 필승조다."

지난해 김태형 감독에게 윤성빈 이야기를 물으면 "지금 1군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단언이 돌아오곤 했다. 김상진 코치를 영입하고, 특별한 훈련을 거치면서 입지가 달라진 올해에도 "일단 좀 두고보자", "아직 경기 운영을 못하고 한가운데 보고 던지는 수준"이란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불펜 보내길 잘했지" 신중했던 김태형 감독, '158㎞ 쾅쾅' 윤성빈 …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김원중, 윤성빈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20/

이번에는 사령탑의 입에서 직접 '필승조급'이란 언급이 나왔다. 특히 SSG전에선 내야 실책이 나왔음에도 흔들리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직까진 주자 없는 상황에서만 윤성빈이 등판해왔는데, 이날 윤성빈은 와인드업 대신 세트포지션으로 던지면서도 구속도, 제구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

이제 투구가 잡혔다는 판단 하에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2군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주자 대응과 세트포지션이다. 김태형 감독은 "중간으로 돌리길 잘했다. 공이 너무 아깝지 않나. 2군에서 그렇게 좋았는데도 1군에서 잘 안되니까…방법을 찾다가 중간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선발은 올라오면 4~5이닝 생각해야되는데, 불펜은 눈앞의 한타자 한타자 집중하면 되니까"라며 "결국 기회는 내가 주는 거지만, 잡는 건 선수다. 윤성빈은 불펜에 더 맞는 투수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최준용 역시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다. 어깨 염증 외엔 특별하게 발견된 부상이 없다. 열흘~보름 정도 상태를 지켜보고, 큰 문제가 없으면 1군에 돌아올 예정이다.

윤성빈이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고, 최준용이 돌아오면 롯데는 윤성빈 홍민기 정철원 최준용으로 이어지는 광속구 필승조가 완성된다. 시즌초부터 "필승조급 불펜이 4명은 있어야한다. 그래야 2~3명 한경기에 투입하더라도 다음 경기에 여유가 있다. 지금은 정철원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연신 혀를 찼던 사령탑의 비원이 이뤄지는 셈.

특히 더 인상적인 건 네 선수의 투구폼이 각기 특색있게 다르다는 점이다. 홍민기는 좌완이다. 윤성빈은 2m에 가까운 큰 키를 지녔지만, 스리쿼터에 가까운 높이에서 공끝이 휘는 직구를 던진다. 정철원은 정통파 오른손 투수고, 최준용은 익스텐션을 최대한 늘리며 앞쪽에서 공을 뿌리는 스타일이다.


"불펜 보내길 잘했지" 신중했던 김태형 감독, '158㎞ 쾅쾅' 윤성빈 …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8회초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닌을 마친 최준용이 호수비를 한 유격수 이호준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7/
당장 선발진에도 알렉 감보아-이민석-박세웅은 구위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어느 팀을 가도 밀리지 않는 선수들이다. 새로 합류한 빈스 벨라스케스 역시 전성기 기준 빅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직구의 소유자였다.

FA 첫해인 마무리 김원중 역시 54억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안정된 투구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29세이브로 구원 2위, 평균자책점은 1.65로 조병현(1.29)과 더불어 10개 구단에서 유이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닌 마무리투수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강조한 '투수는 구속, 구위가 받쳐줘야한다'라는 슬로건이 2년만에 롯데 마운드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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