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무게감에선 롯데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김건우가 지난 8일 최민준(4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또한번 호투를 펼치며 이숭용 SSG 감독을 기쁘게 했다.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3회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김건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0/
반면 후반기 들어 반짝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세웅은 SSG 상대로 홈런 2개 포함 10안타 7실점으로 난타당하며 스타일을 구겼다. 최근 5년간 SSG 상대로 22경기에 등판, 8승6패 평균자책점 3.15라는 준수한 상대전적을 기록중이었던 과거는 모두 잊혀졌다.
경기전 만난 이숭용 감독은 김건우에 대해 "신예답게 겁없이 던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아무 생각없이 포수 미트만 보고 던져주길 바란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자기 가진 능력대로만 해주면 된다"면서 "시간이 필요한 선수인데, 그 시간을 당기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속이 탄다"며 웃었다.
"5회에 필승조가 올라간 건 작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처음이었다. 오늘도 총력전이다. 오늘도 빠르면 5회부터 시작하겠다. 이젠 팀 관리보단 승리를 추구할 때다. 1이닝에 2~3번 교체를 하더라도 모든 걸 쏟아붓겠다."
사령탑의 각오를 보여주듯, 1회말 김건우가 초구를 던지기도 전에 이미 전영준과 박시후가 불펜에서 몸을 푸는 모습이 포착됐다.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6회초 박세웅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0/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건우는 1회 한태양에게 2루타, 레이예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유강남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넘겼다. 2회 김민성, 3회 한태양에게 안타 하나씩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4회는 3자범퇴, 5회도 2사 후 전민재에게 안타 하나를 내줬을 뿐 투구수 70개로 깔끔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SSG는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반면 롯데는 2만 2000명이 넘게 찾아온 부산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졸전이었다. SSG는 이날 하재훈을 제외하고 선발로 나선 타자 8명이 안타를 쳤고, 멀티히트만 최지훈 조형우(이상 4개) 최정(3개) 에레디아 한유섬(이상 2개)까지 5명이나 됐다.
3회부터 시작이었다. 1사 후 이날 4안타를 몰아친 조형우의 안타로 물꼬를 텄고, 이어진 2사 1,2루에서 최정이 선취점을 뽑는 적시타를 쳤다.
4회에도 최지훈이 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박세웅을 흔들었다. 박세웅은 2사 후 김성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바깥쪽 슬라이더로 일관한 끝에 볼넷을 내줬고, 다음타자 조형우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4회초 최지훈이 안타를 치고 질주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0/
박세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벌어진 점수차 속 이닝이라도 더 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선두타자 최지훈에게 홈런, 김성현 안타-조형우 2루타가 이어졌다. 김성현이 홈까지 파고들다 태그아웃돼 안도한 것도 찰나였다.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준 뒤 결국 교체됐다.
그리고 에레디아가 바뀐 투수 박진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단숨에 7점 리드를 만들었다. SSG는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 10점차 대승을 완성했다.
반면 1차전에서 3안타 무득점에 그쳤던 롯데 타선은 이날도 5안타 1득점에 그치며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선발 김건우가 내려간 뒤론 SSG 불펜진을 상대로 침묵을 거듭하다 9회말 노진혁의 홈런으로 쏘아올려 영패를 면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