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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정후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캐치를 보여줬다."
4회초 탬파베이 선두타자 얀디 디아스의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높이 떴다. 이정후가 타구를 쫓아갔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 탓에 이정후는 슬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튀면서 치명적인 장타로 연결되나 싶던 차에 이정후가 엎드린 상태로 몸부림을 쳤다. 가슴으로 튄 타구를 어떻게든 잡으려 했고 무릎까지 굴러간 것을 기어코 무릎 사이로 끼워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정후는 무릎에 공을 낀 채로 일어나 그제야 공을 꺼내 보이며 '내가 잡았다'고 경기장에 있는 모두에게 증명했다.
당연히 타구를 놓칠 것이라 예상했던 미국 현지 중계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무릎으로 잡았다!"고 소리친 뒤 "10년짜리 수비다. 하루, 한 주, 한 달, 한 시즌에 한 번 나오는 게 아니라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수비"라고 극찬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의 수잔 슬러서는 "이정후가 무릎으로 타구를 잡았다. 저 공을 끝까지 잡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와."라고 감탄했다.
MLB.com은 '정후 리(LEE)' 대신 '정후 니(KNEE)'로 표기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수비 상황과 관련해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면서 공이 많이 뻗어 나갔다. 그래서 슬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을 잡긴 했지만, 가슴부터 시작해서 내 몸으로 공이 굴러가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정말 웃긴 포구였다"며 본인도 신기해했다.
MLB.com은 '조심스럽게 일어선 이정후는 무릎 사이에서 공을 꺼내 들어올리며 놀라운 포구를 확인시켜줬다. 우익수 드류 길버트는 감탄하는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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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수비를 지켜본 길버트는 이정후가 무릎으로 타구를 낚아챈 것을 알아챘지만,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이 장면을 믿지 못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나는 이정후가 주저앉은 줄 알았다. 그의 발목이나 어디를 다친 줄 알고 걱정했다. 그가 한동안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리플레이가 조금 걸렸지만, 우리 팀 사람들은 포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가 무릎으로 포구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말 좋았다. 그런 수비는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최대 피해자인 디아즈는 "나는 200% 2루타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잡았으니 불운했다. 내 생각에 이정후는 그런 수비를 한 유일한 선수 같다. 정말 특이한 플레이였다"고 이야기했다.
불과 일주일 전. 이정후는 디애슬레틱 기자 앤드류 배걸리에게 혹평을 들었다. 중견수를 시키면 안 될 정도라는 것.
배걸리는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의 허술한 외야 수비는 (홈구장에서 망가지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정후는 그가 방망이로 만들어낸 모든 가치를 중견수 수비로 반납하고 있다. 좌익수 헬리엇 라모스는 통계적으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외야수다. 이정후를 좌익수로 옮기고, 그를 밀어낼 수 있는 중견수를 영입하거나 육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수비를 펼치며 혹평을 스스로 지웠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호수비 덕분에 탬파베이와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다 경기 후반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7대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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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