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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200안타도 버거운 메이저리그 '트렌드' [SC포커스]

최종수정 2025-08-31 14:31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이치로의 명예의전당 세리머니. AP연합뉴스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칼 롤리.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미국과 일본에서 모두 레전드로 기억되는 남자, 스즈키 이치로(전 시애틀 매리너스)가 경고했던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야구에서 상징적인 기록이란 곧 희귀성을 의미한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50(홈런)-50(도루) 달성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것은 그 기록이 15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서도 최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철학의 변화는 이 같은 기록에 대한 선입견이나 인상마저 바꿔놓을 기세다.

3할 타율과 40홈런 중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뭘까.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타율 3할은 흔히 좋은 타자의 기본이자 입문 단계 기록으로 여겨진다. 우리 프로야구의 경우 3할 20홈런은 '호타준족', 3할 30홈런은 '정교함을 갖춘 거포'의 레벨로 흔히 평가한다. 간혹 '탱탱볼' 등의 이슈로 타고투저의 기세가 남다른 시즌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40홈런 타자가 늘어나는 만큼 3할 타자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메이저리그에선 이 같은 야구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다. 투수들의 '구속 혁명'에 발맞춘 타자들의 '발사각(뜬공) 혁명'이 수년간 발전해온 결과, 이제 3할 타자보다 40홈런 타자의 수가 더 많아지는 시대다.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애런 저지. AFP연합뉴스
30일(한국 시각)까지 메이저리그의 40홈런 이상 타자는 5명이다. 포수 최초 50홈런의 벽을 깨고 역대 스위치히터 최다 홈런(미키맨틀 54홈런, 1961년)에 도전 중인 칼 롤리(50개·시애틀 매리너스)를 필두로 카일 슈와버(49개·필라델피아 필리스) 오타니(45개) 애런 저지(뉴욕 양티스)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시애틀·이상 42개) 등 5명이 이미 40개를 넘겼다.

아직 정규시즌이 30경기 가량 남아있는 만큼 후니오르 카미네로(39개·탬파베이 레이스)를 비롯해 30개 이상을 친 선수들 중 40홈런을 넘길 선수가 추가될 수 있다. 다만 홈런 랭킹 톱10 중 타율 3할을 넘긴 선수는 '수위타자' 저지 1명 뿐이다.


그리고 양대리그를 통틀어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는 저지 포함 4명 밖에 없다. 타율 1위 저지의 기록도 고작(?) 3할2푼2리에 불과하다. 그 뒤를 잇는 보 비슌(토론토 블루제이스) 제레미 페냐(휴스턴 애스트로스·이상 3할8리) 프레디 프리먼(다저스·3할)은 간신히 3할을 넘겼을 뿐이다.

타율은 비율 기록인 만큼 홈런과는 달리 막판 스퍼트도 쉽지 않다. 현재 2할9푼9리의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비롯해 3할에 근접한 타자들을 제외하면 이미 적게는 350타석에서 많게는 520타석 이상을 소화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타율을 끌어올리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토론토 시절 류현진의 동료이기도 했던 보 비슌. AP연합뉴스
타율이나 안타의 가치가 줄어든 만큼 최다안타 역시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타율이나 안타 갯수보다 OPS(출루율+장타율)를 중요시하고, 한번 치더라도 최대한 멀리, 장타를 때리는 게 현재 빅리그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다. 지난해 200안타를 넘긴 선수는 1위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211개)와 2위 루이스 아라에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개) 뿐이었다.

올해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다안타 1위 비슌은 133경기 동안 172개를 쳤다. 산술적으로 200안타가 가능한 선수는 2위 트레이 터너(168개)까지다. 3위로 내려앉은 바비 위트 주니어(157개)의 2년 연속 200안타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야구의 변화를 이치로는 진작에 비판해왔다. 이치로는 야구를 '던지고, 치고, 달리는' 동작이 하나로 결합된 일종의 종합 예술로 끌어올린 레전드 중 한명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총 28년간 프로 선수로 활약하며 총 4367개의 안타를 쳤다. 뒤늦게 진출했음에도 빅리그 무대에서 19시즌 동안 3089개의 안타를 쳤다. 올해 미국야구 명예의전당에 총 394표 중 393표를 받아 헌액, 미-일 야구의 전당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선수로도 기록됐다.

데뷔 첫해인 2001년 신인상과 시즌 MVP를 한꺼번에 거머쥘 당시 이치로는 타율 3할5푼에 242안타를 쳤다. 2004년에는 무려 262안타를 치며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까지 10시즌 연속 200안타를 넘겼다.


'5년전 이치로의 경고가 현실로…' 3할 타율보다 40홈런이 더 쉽다? …
명예의전당 기자회견에 임한 이치로. AP연합뉴스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주 특별보좌 겸 인스트럭터로도 활동중인 이치로는 2020년 일본에서 열린 강연에서 "요즘 메이저리그는 야구가 아닌 멀리치기 대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고교야구야말로 '어떻게 점수를 내는가'에 초점을 맞춘, 점수를 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진짜 야구다, 야구팬들은 (멀리치기)대회가 아닌 야구를 보고 싶어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테오 엡스타인 전 보스턴 레드삭스 사장 역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대한의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야구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라며 "승리 가능성을 극대화하다보니 야구 자체의 재미나 예술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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