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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미국과 일본에서 모두 레전드로 기억되는 남자, 스즈키 이치로(전 시애틀 매리너스)가 경고했던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할 타율과 40홈런 중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뭘까.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타율 3할은 흔히 좋은 타자의 기본이자 입문 단계 기록으로 여겨진다. 우리 프로야구의 경우 3할 20홈런은 '호타준족', 3할 30홈런은 '정교함을 갖춘 거포'의 레벨로 흔히 평가한다. 간혹 '탱탱볼' 등의 이슈로 타고투저의 기세가 남다른 시즌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40홈런 타자가 늘어나는 만큼 3할 타자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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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규시즌이 30경기 가량 남아있는 만큼 후니오르 카미네로(39개·탬파베이 레이스)를 비롯해 30개 이상을 친 선수들 중 40홈런을 넘길 선수가 추가될 수 있다. 다만 홈런 랭킹 톱10 중 타율 3할을 넘긴 선수는 '수위타자' 저지 1명 뿐이다.
그리고 양대리그를 통틀어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는 저지 포함 4명 밖에 없다. 타율 1위 저지의 기록도 고작(?) 3할2푼2리에 불과하다. 그 뒤를 잇는 보 비슌(토론토 블루제이스) 제레미 페냐(휴스턴 애스트로스·이상 3할8리) 프레디 프리먼(다저스·3할)은 간신히 3할을 넘겼을 뿐이다.
타율은 비율 기록인 만큼 홈런과는 달리 막판 스퍼트도 쉽지 않다. 현재 2할9푼9리의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비롯해 3할에 근접한 타자들을 제외하면 이미 적게는 350타석에서 많게는 520타석 이상을 소화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타율을 끌어올리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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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다안타 1위 비슌은 133경기 동안 172개를 쳤다. 산술적으로 200안타가 가능한 선수는 2위 트레이 터너(168개)까지다. 3위로 내려앉은 바비 위트 주니어(157개)의 2년 연속 200안타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야구의 변화를 이치로는 진작에 비판해왔다. 이치로는 야구를 '던지고, 치고, 달리는' 동작이 하나로 결합된 일종의 종합 예술로 끌어올린 레전드 중 한명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총 28년간 프로 선수로 활약하며 총 4367개의 안타를 쳤다. 뒤늦게 진출했음에도 빅리그 무대에서 19시즌 동안 3089개의 안타를 쳤다. 올해 미국야구 명예의전당에 총 394표 중 393표를 받아 헌액, 미-일 야구의 전당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선수로도 기록됐다.
데뷔 첫해인 2001년 신인상과 시즌 MVP를 한꺼번에 거머쥘 당시 이치로는 타율 3할5푼에 242안타를 쳤다. 2004년에는 무려 262안타를 치며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까지 10시즌 연속 200안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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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테오 엡스타인 전 보스턴 레드삭스 사장 역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대한의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야구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라며 "승리 가능성을 극대화하다보니 야구 자체의 재미나 예술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