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제2의 박찬호'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74⅓이닝, 2년째 제자리 걸음 장현석의 과제[스조산책 MLB]

기사입력 2025-09-02 00:08


'제2의 박찬호'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74⅓이닝, 2년째 제자리 걸음 장…
장현석. 사진=LA 다저스 구단 X 계정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팜 유망주 투수로 꼽히는 장현석의 2025시즌이 저물어간다.

장현석은 올시즌에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소속팀 싱글A 란초쿠카몽가 퀘이크스는 오는 3~8일 프레스노 그리즐리스(콜로라도 로키스 산하)와의 홈 6연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즉 장현석의 정규시즌 등판은 한 차례 남았다고 보면 된다. 란초쿠카몽가는 10일부터 인랜드 엠파이어 66ers(LA 에인절스 산하)와 3전2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를 갖는데 장현석이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도 있다.

앞서 장현석은 1일(이하 한국시각) 부상자 명단(IL)서 돌아와 복귀전을 치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엘시뇨의 더 다이아몬드에서 열린 레이크 엘시뇨 스톰(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과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10타자를 맞아 2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2실점했다. 팀이 2대5로 패해 장현석이 패전을 안았다.

시즌 2패에 평균자책점 4.78. 지난 6월 2일 이후 91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선 장현석은 투런홈런을 맞이 2실점했는데, 그보다는 볼넷 2개와 사구 1개, 폭투 2개를 범하는 등 극심한 제구 불안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올시즌 장현석의 컨디션을 말해준다. 정상 컨디션 회복에 시간 좀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2의 박찬호'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74⅓이닝, 2년째 제자리 걸음 장…
장현석이 1일(한국시각) 싱글A에 복귀해 레이크 엘시뇨 스톰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1회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MiLB.TV 캡처
1회말 선두 좌타자 딜런 그레고에게 6구째 한복판 직구를 던지다 우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내준 장현석은 2번 알렉스 맥코이에 초구와 2구를 연속 원바운드 폭투로 던져 무사 3루에 몰렸다. 이어 맥코이를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은 장현석은 좌타자 카바레스 티어스에게 초구 한가운데로 직구를 던지다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가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명백한 실투였다. 올시즌 3번째 피홈런. 이후 3타자를 더 상대해 볼넷 1개를 허용한 뒤 가까스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에도 장현석은 불안했다. 선두 카르델 티보도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견제로 아웃시킨 장현석은 브래들리 프라이를 사구로 내보낸 뒤 2루 도루를 허용해 1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가 후속 두 타자를 모두 외야 플라이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장현석은 올시즌 12경기에 선발등판해 37⅔이닝 동안 21안타와 30볼넷, 3사구를 내주고 20실점해 평균자책점 4.78을 기록 중이다. 삼진은 48개를 잡아냈지만, 4사구가 너무 많다. 피안타율(0.163)과 WHIP(1.35)가 양립하기 어려운 수치로 대조적이다.

제구가 뜻대로 안되면 리그가 어디든 통할 수 없다.


'제2의 박찬호'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74⅓이닝, 2년째 제자리 걸음 장…
사진=MiLB.TV 캡처

장현석은 6월 3일 육성선수 명단(Development List)에 올랐다가 7월 4일 7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이관돼 등재됐다. 몸 상태가 정상을 회복하는데 3개월 걸린 것인데, 올시즌은 이대로 싱글A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하이 싱글A 또는 더블A 승격이 기대됐던 장현석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은 역시 부상이다.

작년 미국으로 건너가 루키레벨과 싱글A에서 18경기를 던진 장현석은 올해도 '제자리 걸음'을 했다. 두 시즌 동안 30경기(선발 27경기)에서 74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평균자책점 5.45, 피안타율 0.163, WHIP 1.35가 지금까지의 기록이다. 시즌을 앞두고 현지 언론들은 나이와 구위 자체를 보고 장현석을 톱클래스 유망주로 분류했지만, 이제 시즌을 끝마치면 인색한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MLB 파이프라인은 올초 장현석을 다저스 유망주 순위에서 22위에 올려놓으며 '94~96마일, 최고 99마일 직구를 뿌리는 그는 커맨드와 컨트롤을 잡는다면 2선발 발 잠재력을 지닌다'고 평가했었다. '제2의 박찬호'라고 표현하는 매체도 있었다.

2004년 3월 생인 장현석은 2023년 8월 사이닝보너스 90만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했다. 내년이면 22세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더블A에서 시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제2의 박찬호'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74⅓이닝, 2년째 제자리 걸음 장…
사진=MiLB.com
박찬호는 1994년 입단과 함께 메이저리그에 직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995년까지 두 시즌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1994년에는 더블A에서 20경기에 등판해 101⅓이닝을 던져 5승7패, 평균자책점 3.55, 100탈삼진, WHIP 1.46, 피안타율 0.200, 1995년에는 트리플A에서 23경기, 110이닝을 투구해 6승7패, 평균자책점 4.91, WHIP 1.54, 피안타율 0.074를 기록했다. 팜에서 211⅓이닝을 던진 뒤 1996년 23세의 나이에 첫 풀타임 메이저리그 시즌을 보냈다.

요즘은 능력이 뛰어나면 '마이너리그에서 몇 시즌, 몇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드래프트 후 마이너리그 생활을 1년도 채 소화하지 않고 빅리그데 데뷔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장현석에게 그걸 기대하기엔 시간이 한참 흘렀다.

21세의 나이에 이제 싱글A를 지나고 있는 장현석은 더블A, 트리플A 승격도 중요하지만, 뭔가를 평가를 받을 만한 투구 커리어를 쌓는 게 급선무다. 지금 메이저리그 승격을 논하거나 '제2의 박찬호'와 같은 말을 들을 때가 아니다. 내년을 첫 풀타임 시즌이라 보고 100이닝 이상을 투구해야 빅리그 다저스가 관심을 비로소 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프지 않아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