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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그리고 소환된 박찬호[스조산책 MLB]

최종수정 2025-09-03 21:22

'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라파엘 데버스가 3일(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1회초 우월 투런홈런을 날린 뒤 양 팀간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크리스티안 코스, 윌머 플로레스, 윌리 아다메스 등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한 콜로라도 선발투수 카일 프리랜드에게 달려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샌프란시스코와 콜로라도 선수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기자]'사건'은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하나의 행위를 두고 이를 해석하는 시각이 달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3일(이하 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벌인 양팀 간 시즌 9차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는 빅리그 데뷔 이후 가장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을 목격했다. 아니 가담했다.

1회초 샌프란시스코의 공격. 선두 엘리엇 라모스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라파엘 데버스는 투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콜로라도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5구째 몸쪽을 파고드는 83마일 스위퍼를 끌어당겨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발사각 43도, 타구속도 103.5마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오른쪽 파울폴 안쪽으로 비거리 397피트 지점에 낙하했다. 데버스의 시즌 30호 홈런.

그런데 데버스는 타구를 친 뒤 그 자리에서 배트를 들고 허리를 뒤로 제친 채 한참을 서서 홈런인지, 파울인지 확인했다. 타구가 파울폴 안쪽으로 넘어가자 배트 플립을 하고 천천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1루에 다다른 순간, 홈런을 내준 프리랜드가 그를 향해 소리를 쳤고 말싸움이 시작됐다. 프리랜드는 "홈런을 치고 왜 그렇게 오래 서 있느냐"고 한 것이다.

심판진과 코치가 말리는 사이 데버스는 1루를 밟자마자 마운드를 향해 본격적으로 언성을 높이며 달려들었고, 이에 질세라 프리랜드도 글러브를 내팽개치고 돌진했다.

벤치클리어링의 시작이었다.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몰려나와 말리는 사람과 싸우려는 사람들이 뒤엉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먼저 몸싸움에 가담한 건 맷 채프먼과 윌리 아다메스였다.


'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라파엘 데버스가 3일(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1회초 우월 투런홈런을 날린 뒤 양 팀간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콜로라도 선발투수 카일 프리랜드가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데버스는 홈런을 치고도 1루를 밟은 직후 몸싸움을 벌여 아직 베이스를 돌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8분이 지나 사태가 진정되고 데버스는 그제서야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런을 완성했다.


그러나 몸싸움을 주도적으로 벌인 아다메스와 채프먼은 1회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퇴장당해 대타로 교체됐다. 3번 아다메스 대신 케이시 슈미트, 4번 채프먼 대신 도미닉 스미스가 1회 타석에 섰다. 콜로라도 선수들 중에는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프리랜드가 퇴장 선언을 받았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데버스가 날린 선제 대포를 앞세워 7대4로 승리, 시즌 70승(69패) 고지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달 10일 이후 24일 만에 승률 5할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다.

7번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정후는 타율 0.262(493타수 129안타), 7홈런, 48타점, 64득점, 44볼넷, OPS 0.732를 기록했다.

반면 콜로라도는 이번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3연전 첫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4연속 루징시리즈를 당해 시즌 100패(39승)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로써 콜로라도는 2023년 이후 3년 연속 100패의 불명예 역사를 썼다.


'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이정후가 5회 볼넷을 얻고 걸어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경기 후 데버스는 "내가 잘못한 건 없었다. 홈런을 치고 나서 뭔가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왜 그(프리랜드)가 기분 나빠했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프리랜드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데버스가 1회 홈런을 친 뒤 나를 매우 모욕적으로 대했다고 본다. 그는 타구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서 있었고 1루로 가는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난 짧지 않은 기간을 메이저리그에서 보냈고, 그도 마찬가지다. 그건 모욕적인 행동이고, 그에게 그걸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겨우 1회였다. 좀 근사하고 쿨하게 해야 한다. 그에게 말하고 싶은 건 '넌 날 모욕했어. 우리 야구장에서 와서 그런 식으로 의기양양하는 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모욕적인 행동이야'다"고 덧붙였다.

특히 프리랜드는 "채프먼과 아다메스가 퇴장당한 이유를 모르겠다. 둘 다 나에게 달려들어 밀쳤기 때문인 것 같은데, 데버스도 날 밀쳤다. 그는 퇴장당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간다"며 심판진 결정에 불평을 드러낸 뒤 "모든 걸 선동하고 부추긴 건 바로 나였고, 내가 퇴장당한 건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정후 특별한 경험' 데버스 투런포→벤치클리어링→SF 승률 5할 돌파,…
샌프란시스코의 승리가 확저된 뒤 이정후가 좌익수 드류 길버트, 우익수 루이스 마토스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서 의문점 하나. 만약 1루만 밟고 몸싸움을 벌인 데버스가 퇴장당했다면 홈런은 인정될까.

MLB.com은 이에 대해 '댄 벨리노 심판조장에 따르면 데버스가 퇴장당했더라도 홈런은 인정된다. 자이언츠는 그를 대신할 대주자를 내보낼 필요도 없다'고 전했다. 즉 홈런은 인정된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지난 2008년 9월 27일 샌프란시스코와 LA 다저스전에서 나온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벤지 몰리나가 6회말 1사 1루서 우월 안타를 치고 1루로 출루한 뒤 대주자 엠마누엘 버리스로 교체됐다. 그런데 리플레이 리뷰를 통해 해당 타구가 홈런으로 번복되면서 애매한 상황이 생겼다. 몰리나는 교체됐기 때문에 경기에 다시 들어올 수는 없었다. 즉 몰리나에게 투런홈런은 인정되지만 득점은 버리스에 주어졌다.

당시 다저스 투수 스캇 프록터가 몰리나에게 홈런을 맞고 2-2 동점을 허용한 뒤 계속해서 2루타와 볼넷을 내주며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박찬호가 구원 등판해 오마 비스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박찬호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데이브 로버츠에 볼넷, 에우헤니오 벨레스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서 교체된 뒤 후속 투수가 적시타를 얻어맞아 2실점을 떠안았다.

이날 양팀 간 발생한 집단 폭력 사태가 추억의 인물들을 대거 소환한 셈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현재 다저스 사령탑인 로버츠, 그리고 2012년 두산 베어스 마무리로 활약한 프록터 등 익숙한 인물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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