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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어린 나이에 미국행을 택한 한국 최고 유망주 중 한명이 메이저리그 '대주자요원'으로 전락했다.
배지환은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제외됐다가 팀이 2-3으로 뒤진 8회초 2사 1, 2루에서 2루 주자 앤드류 맥커친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 주자로 나간다는 건 '대주자 요원'으로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확실히 배지환의 주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배지환의 '달리기 능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팀 타선이 먼저 터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게 충족되지 못하면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다. 이날도 후속타자 스펜서 호로위츠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배지환은 '대주자'로서 아무런 활약도 펼치지 못했다. 맥커친이 지명타자였기 때문에 배지환은 수비이닝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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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격을 펼치지 못한다'는 꼬리표가 붙어버렸다. 이 꼬리표는 두 번째 빅리그 기회에서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트리플A에서 꽤 선전하던 배지환은 지난 5월10일에 빅리그로 콜업되며 다시 기회를 얻었지만, 이때도 5경기에서 타율 0.143(7타수1안타)에 그치며 다시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이것으로 사실상 배지환에 대한 피츠버그 수뇌부의 평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발은 빠르고, 멀티 수비능력도 있지만 타격이 안되는 선수'라는 나쁜 평가를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이후 배지환은 피츠버그의 가을잔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9월 확대 엔트리 시기에 다시 빅리그로 콜업됐다. 그러나 여전히 타격의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1일 볼티모어전에 선발로 기회를 줬지만, 2타수 무안타 2볼넷 2도루에 그쳤다. 자신의 쓰임새가 주루플레이 외에는 없다는 걸 다시 보여준 셈이다.
이제 피츠버그 구단은 배지환을 완전히 '대주자요원' 정도로만 여기는 분위기다. 워낙에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현재 배지환의 빅리그 타율은 채 1할이 안된다. 겨우 0.067(15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성적은 자칫 배지환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피츠버그가 배지환을 계속 데리고 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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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부진하다. 현재까지 배지환은 빅리그에 11경기 밖에 나가지 못했다. 남은 시즌에 모두 선발로 나가도 지난해보다 더 적은 경기를 소화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실수령 연봉도 지난해와 비슷한 30만달러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심각한 건 내년 시즌에 피츠버그가 배지환과 계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배지환은 아직 3년의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을 채우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아직 얻지 못했다. 피츠버그가 방출통보를 하면 그대로 나가야 한다. 배지환이 과연 메이저리그 무대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우려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