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많이 받고 왔는데, 그래도 뭔가 팀에 도움이 돼야지."
그러나 엄상백은 FA 계약 첫해 부담감 탓인지 전혀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8월까지 19경기(선발 16경기)에서 1승7패, 70⅓이닝, 평균자책점 7.42에 그쳤다. 몸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 엄상백의 부진이 길어지자 "한화가 오버페이를 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9월부터 엄상백을 불펜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1이닝씩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어 달라는 의미였다. 선발로 계속 쓰기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78억원이나 투자한 선수를 2군에 마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 궁여지책이었다.
|
|
한화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LG 트윈스와 1위 결정전만 남겨두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하면 엄상백이 불펜으로라도 계속 긍정적인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김 감독은 "많이 받고 왔는데, 그래도 뭔가 팀에 도움이 돼야지 자기도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야구라는 게 FA를 해서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또 그게 안 됐을 경우 요즘은 유달리 스트레스를 많이 주지 않나.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도 운동장을 나올 때 가벼운 발걸음일 수가 없다. 불펜에서라도 자기 역할을 해 주면서 팀에 도움을 준다면 (엄)상백이도 조금은 그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엄상백은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2로 뒤진 7회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6구 1안타 무4사구 1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챙겼다. 8회초 한화 타선이 3점을 뽑아 4-2로 뒤집은 가운데 김 감독은 8회말 엄상백에게 아웃카운트 2개를 더 맡기며 승리투수의 성취감을 확실히 느끼도록 했다. 한화는 4대3으로 승리해 4연승을 질주했고, 엄상백은 지난 4월 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이적 첫 승 이후 1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엄상백은 "2위 확정 경기의 승리라 기분 좋고, 오랜만의 승리라 감회가 새롭다. 2군에 다녀오며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밸런스가 괜찮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밸런스 유지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