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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걸린 일인데, 계산도 안 해봤다고? 안 하니만 못했던, 안우진의 변명

최종수정 2025-09-19 14:19

인생이 걸린 일인데, 계산도 안 해봤다고? 안 하니만 못했던, 안우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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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인생이 걸린 일인데, 계산을 안 해봤다고?

키움 히어로즈는 18일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어깨 수술로 인해 출전도, 훈련도 불가능한 투수 안우진을 1군 엔트리에 전격 등록 시킨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선수단과 동행하며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후배 투수들에 대한 멘토링, 그리고 팬들과의 만남이다. 하지만 이번 등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사실 엔트리에 등록이 되지 않더라도 안우진이 선수단과 동행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코치든, 선수든 등록 없이 함께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상대팀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규정 위반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안우진이 앉아있다고 갑자기 키움의 전력이 급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는 상대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다. 더군다나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키움은 이미 최하위를 확정한 팀이다. 이 문제 때문에 굳이 등록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다른 팀이 문제를 삼았을 경우, 그 때 엔트리 등록을 했으면 됐다.

등록 일수 때문이다. 안우진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특급 자원이다. 1년이라도 빨리 진출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등록이 되면 2021년 139일 등록에 더해 한 시즌을 채울 수 있는 요건인 145일을 충족하게 된다. 어깨 부상으로 1년이 밀려 2029 시즌 후 가능할줄 알았던 포스팅 신청이, 2028 시즌 후로 앞당겨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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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없는 편법이기에, 이 이유로 선수가 등록을 요청했고 구단도 받아줬다고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이유로 진행된 1군 등록이다. 하지만 안우진은 18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등록 일수 계산은 해보지 않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일인데, 등록 일수를 모른다? 안 하니만 못한 답변이었다. 자신의 FA 등록 일수를 모르는 선수는 없다. 꼼꼼하게 체크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정말 선수가 몰랐다고 치자. 그러면 이걸 주지시켜주지 않은 에이전트는 직무 유기다.

차라리 구단이 '선수의 미래 성공을 위한 일이다. 자체 훈련 중 불의의 부상이라 배려 차원도 있다'고 하고, 선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인정하고 가는 게 깔끔했을 것이다. 이번 건을 구단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보내야, 구단은 포스팅 보상금을 많이 벌 수 있다. 물론, 여러 후폭풍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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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설종진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8/
설종진 감독대행의 코멘트도 지나친 면이 있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중 안우진 등록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굳이 선수 한 명을 위해 저런 말까지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설 감독대행은 '어차피 확대 엔트리 후 엔트리를 채우지도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는 줄만큼 줬다. 더 기회를 줄 선수도 없다. 지금 있는 선수들도 출전하지 못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 안우진 등록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감독이 스스로 '우리 팀은 이렇게 선수가 없어요. 키워보고 체크헤보고 싶은 선수도 없어요'라고 인정한 셈이다. 어떻게든 1군에 올라가보고 싶은 2군에 있는 선수들, 1군에 등록된 후 한 타석이라도, 한 이닝이라도 출전해보고 싶은 선수들 힘 빠지게 하는 발언이었다.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다른 모든 팀들이 확대 엔트리 때 선수를 1군으로 부르는 건, 예상치 못한 상황 출전을 시킬 걸 대비하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고 동기부여를 주는 측면이 강하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1군 선수단과 함께 하는 자체가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 키움 설명처럼, 안우진에게 직접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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