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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최종수정 2025-09-21 08:00

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소집 해제 후 1군에 합류한 안우진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8/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투구를 할 수 없는 투수의 1군 등록. 그의 동행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사실 본질은 확대 엔트리를 다 채울 필요도 없는 히어로즈의 무기력한 현실이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가 재활 중인 투수 안우진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던 안우진은 17일 소집해제 후 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가 근무 중에도 성실하게 투구 프로그램을 소화해왔기 때문에 복귀 이후 한두경기라도 등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난달초 2군 구장에서 자체 청백전 등판을 마친 후 추가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수술대에 올랐다. 이대로 올 시즌은 아웃이고 내년초 복귀도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소집 해제 후 1군에 합류한 안우진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8/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인 투수를 엔트리에 등록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를 두고 불편한 시선과 비판의 목소리도 당연히 따라왔다. 2군 코칭스태프의 지시로 인해 추가 훈련을 받다가 다쳤기 때문에 미안한 구단이 보상의 의미로 등록을 해주는 것 아니냐, 안우진이 포스팅 요건을 갖추기 위해 내린 결정 아니냐는 의심도 뒤따랐다.

다른 선수가 등록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키움은 확대 엔트리 시행 이후로도 계속 엔트리에 1-2자리 여유를 두고 있었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우리는 전반기부터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고, 최근 엔트리에 있는 선수를 많이 쓰지 못했다. 기존 선수들도 다 못 뛰는데 굳이 그 한자리에 다른 선수를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우진을 등록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어졌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1군 감독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소집 해제 후 1군에 합류한 안우진이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8/
안우진은 "등록 일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계산해보지 않았다"면서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순수한 의도임을 강조했다.

사실 안우진을 등록하느냐, 아니냐는 두번째 문제다. 실제로 지금 키움에서 안우진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경력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진짜 문제는 확대 엔트리조차도 널널할 정도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키움 자체다.

시즌 초반부터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기 때문에 확대 엔트리를 전부 다 쓸 이유가 없었다는 감독의 말은, 조금 과장하자면 프로팀의 존재 근간까지 흔들 수 있는 표현이다. 특히나 저연차 선수들에게는 1군 등록일수 하루 하루가 곧 연봉 상승과 직결된다. 1군 등록일수는 곧 돈이다. 1군 최저 연봉 6500만원에 미달하는 선수는 등록일수만큼 추가 연봉이 지급된다. 더불어 자신의 커리어가 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설령 경기에 나가지 못해 벤치에 앉아있더라도 말이다.


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설종진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8/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곧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셈이다. 안우진이 꼭 필요한 절대적 존재라 등록한다면, 그건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자유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확대 엔트리를 꽉 채우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지금 히어로즈 구단의 모호한 방향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여러 베테랑들, 내부 FA들을 '리빌딩'과 젊은 팀을 만들어간다는 이유로 포기하면서 좋은 신인들, 많은 유망주를 모은 팀이 바로 키움이다.


안우진 등록 논란보다, 확대 엔트리가 남아도는 현실이 진짜 문제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17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키움에 1라운드 지명된 북일고 박준현이 허승필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7/
4월 12일 이후 단 한번도 10위를 벗어나지 못한 키움은 3년 연속 꼴찌를 확정했다. 키움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정현우를 품었고, 올해도 '최대어' 박준현을 손에 넣었다. 내년에도 전체 1순위가 확정적이다. 또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지명권을 활용해 상위권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그런데 지금의 운영으로 대어급 신인들을 수집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신인때부터 많이 뛸 수 있으니 빨리 커서 다른 팀, 혹은 해외로 이적하고 싶은 팀'이 되는 것과 '오래오래 뛰면서 최고의 선수로 사랑받으며 뛰고싶은 팀'이 되는 것 중 어느 쪽이 프로팀의 존재 가치에 부합할까. 이제 구단의 자생력과 특수성을 감안해 이해를 하기 보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행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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