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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와 기분 좋네요." 프로 입단 후 야구장에서 가장 밝게, 후련하게 웃었다. 강화 2군 숙소에서 매일밤 잠들기 전 머릿 속으로 상상하며 그려왔던 장면. 9월 20일은 아마 그 꿈을 이룬 날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자칫 파울이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져들어가 폴대를 맞았다. 이율예는 "(타구를 보면서) '제발 제발'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라. 밖으로 나가지만 말라고 했는데 운이 진짜 너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사실 스리런 홈런인 줄도 몰랐다. 주자가 2명 나가있다는 사실조차 인지를 못할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이율예는 "주자가 어디있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긴장 안하려고 해도 되더라. 초구, 둘째구 헛스윙 하자마자 큰일났다 싶었다. 제발 공이라도 맞혀보자 싶었다"고 머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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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점이 뚜렷해보였던 타격도 빠른 시간 내에 좋아졌다. 이숭용 감독은 "본인 고집이 있는데, 그걸 꺾고 새로운 걸 흡수하는 능력도 대단히 빠르다.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영리한 친구"라며 그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율예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입단하고 나서 힘든 시간도 많았다. 왜 못나갈까, 왜 잘하고 있는데도 나갈 수 없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1군 타석에 들어가니까 제가 부족한 점을 엄청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2군에서 연습도 진짜 엄청 많이 하고, 이 순간만을 위해 연습했었다. 올해 그래도 한가지는 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도했다.
그리고 9월 확대 엔트리에 마침내 1군 콜업 기회가 주어졌다. 4월과 7월 한 타석씩 설 기회는 있었지만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안타를 쳐볼 타석 자체도 부족했다. 확대 엔트리로 1군에 합류한 후로도 매일 타이트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기회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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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랜더스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이율예는 벌써 선배가 된다. 새 시즌 후배들이 입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진짜 빠르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싶었다. 그래도 1년을 되돌아보니까 성장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들어오면 제가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얘기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 선배님들, 형들에게 받았던 것처럼 저도 후배들을 잘 챙기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고 '선배다운' 듬직한 각오를 보였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