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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특급 마무리'로 떠올랐지만, 그답지 않았던 투구 내용. 흔들렸던 마무리는 곧바로 부정적인 기억은 잊었다.
그런데 조병현이 첫 타자 강현우에게 볼넷을 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1아웃 이후 허경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폭투로 주자 2명을 모두 득점권으로 보낸 후 장진혁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끝이 아니었다. 안현민은 삼진 처리했지만, 강백호에게 볼넷, 문상철에게 만루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주면서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튿날인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숭용 SSG 감독은 조병현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이 감독은 내심 걱정이 됐다. 좋은 흐름을 유지해온 조병현이 올 시즌 가장 제구가 엉망이었던 경기 내용으로 인해 신경을 쓸까 싶었다.
이숭용 감독은 "병현이가 던지는 모습을 보는데 느낌이 조금 그랬다. 그래서 (김)민이를 미리 준비 시키자고 했는데, 경헌호 코치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투구수 30개 넘어가면 무조건 바꾸자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아까 잠깐 방으로 불러서 '어제 잘잤냐?' 물어보니까 '잘잤습니다' 하더라"며 웃었다. 감독과의 단독 면담에도 조병현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어제 잘 잤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라고 답했다는 후문.
감독도 헛웃음을 지을 정도로 강한 멘털의 마무리다. 한 경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 마무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조병현이기도 하다.
이숭용 감독은 "나만 걱정한 것 같더라. 괜히 불렀네 싶었다"고 웃으면서 "물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병현이는 성격도 그렇고 빨리 잊으려고 한다. 실질적으로 이제 프로 2년차인데, 참 어른스럽다. 그래서 믿고 마무리를 맡길 수 있다. 노경은과 더불어 늘 가장 많은 준비를 하는 투수고, 강심장과 덤덤함이 있는 선수"라며 애정이 묻어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