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들 배 가른 롯데…결과는 8년 연속 PS 탈락

기사입력 2025-09-29 08:17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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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말 롯데 선발 감보아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5.8.12 psyk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롯데 김태형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8.21 hwayoung7@yna.co.kr
8월 초까지 LG·한화와 '3강'…거짓말 같은 12연패에 와르르

관리받지 못한 에이스 감보아…불펜도 후반기 들어 동반 부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아직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실낱같이 남아 있던 지난 26일, 홈 최종전인 삼성 라이온즈전이 끝난 뒤 전광판에 '반성문'을 틀었다.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기엔 많이 부족했던 시즌이었습니다. 오늘의 부족함을 거울삼아 내일을 착실하게 채워나가는 롯데가 되겠습니다'라는 팬들을 향한 약속은 이미 가을야구 희망이 사라진 팀에서 할 법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7로 패배하면서 2025년 가을야구를 향한 롯데의 질주도 멈춰 섰다.

지난달 6일까지만 해도 롯데의 성적은 58승 45패 3무, 승패 마진 +13으로 가을야구가 눈앞이었다.

1위 팀과 승차는 4경기에 불과했고,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와 묶여 당당한 '3강'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그날을 기점으로 거짓말 같은 12연패에 빠져 벌어놓은 승리를 다 반납했고, 이달 들어서도 5연패 한 번과 4연패 한 번으로 주저앉았다.

전반기 3위였던 팀이 후반기 들어서는 19승 31패 3무, 승률 0.380으로 사실상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롯데의 추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선 전반기에 전력보다 좋은 승률을 거뒀다. 매 경기 전력을 쏟아부은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에 운까지 더해진 결과다.

롯데는 후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반기에 보여준 좋은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12연패에 빠진 뒤에는 완전히 동력을 상실했다.

수년째 해결하지 못한 장타력 부재를 올해도 해결하지 못했고, 전준우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난 뒤에야 그가 팀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벤치 운영도 아쉬움이 남는다.

찰리 반즈를 내보내고 영입한 알렉 감보아는 합류 초반 시속 158㎞ 강속구를 던지며 타자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미국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감보아의 최대 약점은 검증되지 않은 체력이었다.

미국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한 번도 100이닝을 넘겨본 적 없던 그는 7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1피안타 무실점)까지는 흠잡을 데 없는 투수였다.

당시 취재진은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을 향해 가던 감보아의 관리 계획에 대해 김태형 감독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이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외국인 선수는 관리하면서 기용하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정말 상태가 안 좋다면, 선수 본인이 던지기 힘들다고 말할 것이니 특별히 휴식을 줄 계획이 없다는 말이었다.

결국 감보아는 체력이 고갈돼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이후 10경기 선발 등판에서는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5.33에 그쳤다.

그전까지 9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1.94를 거두며 롯데 마운드를 지탱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감보아는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병원 검진까지 받았고, 벼랑에 몰렸던 롯데 벤치는 그를 25일 LG 트윈스전 선발 마운드에 올렸으나 돌아온 건 5이닝 6실점 패전이었다.

감보아뿐만 아니라 롯데 투수진의 많은 선수는 제대로 관리받지 못했다.

김 감독이 정현수, 정철원, 김강현, 박진, 송재영, 윤성빈, 홍민기 등 불펜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처럼 기용한 탓에 정작 중요한 후반기 승부처에서는 이들이 힘을 내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올해만은 다르다'며 장밋빛 가을을 꿈꿨던 터라 후반기 추락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롯데가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건 2018년 이후 8시즌 연속이며, 2013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은 2017년 한 번에 그쳤다.

'승부사'로 최고 대우를 받고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마저 2시즌 연속 가을야구 탈락의 쓴 잔을 들이켰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 마지막 해인 2022년에 이어 롯데 유니폼을 입은 2024년과 올해까지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김 감독을 포함한 롯데 선수단은 올해 마무리 훈련부터 뼈를 깎는 각오로 재무장해 내년에는 기필코 팬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가을마다 상처받았던 팬들은 올해도 못 이긴 척 속아준다는 마음이다.

4b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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