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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삼진을 잡아놓고 투수가 되려 흥분했다. 상대 타자는 황당하다는 표정만 지었다.
이 경기는 앤더슨에게 무척 중요한 등판이었다. 물론 늘 "개인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던 그가 KBO리그에서의 개인 타이틀을 어느정도 가치있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이날 5개의 삼진을 추가하면서 코디 폰세를 일단은 앞섰다.
앤더슨과 불펜 투수들이 잘 던졌고, 타자들이 잘 쳐서 4대2로 이긴 SSG는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과 더불어 3위 자력 확정까지 1승만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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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진을 잡은 앤더슨이 잠시 타석 방향을 보고 고개를 돌려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뭐라뭐라 크게 외치는 장면이 보였다. 정확한 워딩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분명 긍정적인 표정이나 모션은 아니었다. 방망이가 크게 헛돌아 잠시 중심이 흔들렸던 전준우 역시 앤더슨의 행동을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쳐다봤다.
심지어 롯데 김태형 감독 마저도 앤더슨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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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앤더슨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이날 투구 결과는 좋았어도, 도중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포인트가 있었고 그것을 이겨낸 과정에서 포효를 했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불필요했고, 이해받기 어려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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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인 앤더슨의 문화 차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서 앤더슨처럼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아마 상대팀과 벤치 클리어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이다.
앤더슨은 폰세, 네일과 더불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또 팀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 경기 중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소속팀 뿐만 아니라 상대팀 선수들의 '리스펙'을 받는 것 역시 진짜 에이스에게 필요한 덕목 아닐까.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