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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투수는 여전히 단 한명. 불펜 투수들의 가치는 언제쯤 인정받을 수 있을까.
후보 선정 기준은 투수의 경우 규정 이닝을 충족하거나 10승 이상, 30세이브, 30홀드 이상 중 한 가지 기준에 해당하면 된다. 포수와 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 X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오른다. 지명타자는 규정타석의 ⅔인 297타석 이상을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야만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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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숫자와 수상 경쟁률을 계산했을때, 투수와 지명타자 부문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현재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딱 1개. 그런데 후보는 올해만 봐도 무려 33명이다. 33: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지명타자의 경우 후보가 최형우(KIA)와 강백호(KT) 2명 뿐이라 경쟁률이 2:1에 불과하다.
투수의 경우 포지션별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수의 경우 각 수비 포지션에 '지명타자'까지 수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7개 부문 9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 그런데 투수의 경우, 사실상 리그 등록인원수가 가장 많은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통틀어 1명에게만 골든글러브가 주어진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영광스러울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펜 투수들이 소외되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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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2013년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였던 손승락인데 손승락의 수상이 불펜 전문 투수로는 무려 19년만이었다. 거의 20년만에 한번 불펜 투수의 골든글러브 수상이 이뤄졌으며, 지난해까지 전부 선발 투수들의 무대였다. 특히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22년 안우진(키움)을 제외하면 수상자가 전부 외국인 투수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선발 등판 성적으로 놓고 보면, 각팀의 핵심 외국인 투수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불펜은 또 다르다. 40세를 넘긴 노경은이 2년 연속 홀드왕에 오르고, '세이브왕'에 오른 박영현(KT)이나 올해 한화의 뒷문을 잠근 김서현(한화) 등 20대 유망주부터 최고참 베테랑까지 활약상이 다양하다. 개인 타이틀처럼, 투수 골든글러브도 최소 2개, 최대 3개까지 세분화된다면 이들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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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BO리그의 골든글러브는 사실상 '한국형' 포지션별 수상이라고 봐야 한다. 수비력도 물론 보지만, 비슷한 값이면 공격이 월등한 선수에게 훨씬 더 많은 표가 쏠린다. 그야말로 '공수 성적'을 전부 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100% 공격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지명타자 포지션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더더욱 한국화된 시상식을 위해서는 투수 부문 세분화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을까.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대기하는 불펜 투수들의 노고도 충분히 조명받을 가치가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