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3홈런' 이게 사람의 퍼포먼스인가?

최종수정 2025-10-18 16:01

"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이 1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오타니가 4회말 우중간 장외홈런을 터뜨리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X 계정

"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3-0으로 앞선 4회말 우중간 솔로 장외포를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상대팀 사령탑인 팻 머피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디비전시리즈(DS)서 부진했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난 오타니가 부진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지 않다. 타자가 30타석 또는 50타석을 소화하더라도 매번 똑같은 기록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을 강하게 때리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난 오타니가 부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LCS 1차전을 하루 앞두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DS 4경기에서 타율 0.056(18타수 1안타), 9삼진으로 타격감이 바닥으로 내려간 오타니를 잔뜩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리드오프 오타니 뒤에서 치는 무키 베츠는 지난 17일 NLCS 3차전 승리 후 "(오타니의 1회말 3루타는)엄청난 안타였다. (그 이전 우리는)시카고 불스가 간혹 마이클 조던 없이 경기를 하는 느낌"이라며 "그가 살아나니까 우리는 천하무적이 되는 것"이라고 반겼다.

적장이든, 팀 동료든 오타니의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두 사람의 이같은 평가는 '타자' 오타니 대한 경계와 기대감이었지, '투수' 오타니에 대한 그 어떤 전망은 담겨 있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1회말 선제 솔로포를 터뜨린 뒤 손을 흔들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UPI연합뉴스
1승만 보태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다저스는 19일 NLCS 4차전서 오타니를 '리드오프 투수'로 내세웠다. 투수로는 포스트시즌 두 번째 선발등판 게임. 오타니는 스스로가 슈퍼스타이자 살아있는 레전드임을 확실히 알고 있었던 듯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우며 시리즈 피날레를 장식했다. 투수와 타자로 '원맨쇼'를 벌였다.

6이닝 동안 2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타자로는 홈런 3방을 터뜨리며 5대1 완승을 이끌었다. 승리투수이자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4연승 스윕으로 NLCS를 통과한 다저스는 오는 25일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간 ALCS 승자와 대망의 월드시리즈를 벌인다. 다저스는 1998~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이자 21세기 첫 백투백 월드시리즈 우승 과업을 노리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 "오늘 게임은 오타니가 이번 시리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냈다.


"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5대1로 승리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시리즈 MVP에 선정돼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및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투수로 삼진 10개를 잡아내고 타자로 홈런 3개를 때린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오타니는 역사상 유일하게 '10탈삼진+2홈런' 경기도 두 번이나 펼친 적이 있다.

당연히 이번 시리즈 MVP는 오타니의 몫이었다. 오타니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투수로 2승, 평균자책점 2.25, 19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타자로는 10경기에서 타율 0.220(41타수 9안타), 5홈런, 9타점, 7득점, 7볼넷, 17삼진, 1도루, OPS 0.96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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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7회말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회초 밀워키 선두타자 브라이스 투랑을 볼넷으로 내보낸 오타니는 후속 잭슨 추리오, 크리스티안 옐리치, 윌리엄 콘트레라스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추리오와 옐리치를 삼진처리한 건 100마일대 강속구였고, 콘트레라스는 87.6마일 스위퍼에 헛스윙했다.

어깨를 가볍게 푼 오타니는 이어진 1회말 리드오프 홈런을 때리며 투타 겸업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풀카운트에서 밀워키 좌완 선발 호세 퀸타나의 6구째 79.2마일 몸쪽 슬러브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 너머 관중석 상단에 꽂았다. 발사각 25도, 타구속도 116.5마일, 비거리 446피트로 지난 1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서 2홈런을 때린 이후 17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오타니는 다저스 역사상 포스트시즌서 홈런을 터뜨린 첫 번째 투수로, 메이저리그를 통틀어서는 정규시즌을 포함해 경기 리드오프 홈런을 터뜨린 첫 투수로 각각 기록됐다. 다저스는 계속된 1사 1,3루에서 토미 에드먼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적시타로 2점을 보태 3-0으로 앞서 나갔다.

오타니는 10개의 공으로 2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은 뒤 3회초 선두 블레이크 퍼킨스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조이 오티스를 삼진, 브라이스 투랑을 좌익수 직선타로 잡음과 동시에 1루주자도 좌익수 키케의 외야 보살로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3-0의 리드가 이어지던 4회초 선두 추리오에게 좌측 그라운드 룰 2루타를 맞은 오타니는 옐리치를 유격수 땅볼, 콘트레라스와 제이크 바우어스를 연속 삼진으로 제압하며 역시 무실점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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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오타니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어진 4회말 2사후 오타니의 3번째 타석. 이번에는 우중간으로 대형 대포를 쏘아올렸다. 볼카운트 3B1S에서 우완 채드 패트릭의 5구째 89.3마일 몸쪽 커터를 통타했다. 발사각 33도, 타구속도 116.9마일의 속도로 뻗어나간 공은 우중간 외야석 상단 관중석 지붕을 넘어 비거리 469피트 지점에 낙하했다. 다시 말해 장외홈런. 이 광경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프레디 프리먼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멘탈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타니는 이어진 5회초 피칭을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고, 6회에도 선두 아이작 콜린스와 투랑을 연속 헛스윙 삼진, 추리오를 외야플라이로 잡고 가볍게 넘겼다.

투수 오타니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옐리치를 볼넷, 콘트레라스를 중견수 안타로 내보내 무사 1,2루에 몰린 뒤 알렉스 베시아로 교체됐다. 하지만 베시아가 후속 타자들을 내야 뜬공, 유격수 병살타로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러자 지명타자로 변신한 오타니는 7회말 1사후 또 아치를 그려냈다. 우완 트레버 메길의 4구째 98.9마일 몸쪽 빠른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로 연결했다. 발사각 26도, 타구속도 113.6마일, 비거리 427피트. 5-0으로 점수차를 벌린 WS 진출 확정 쐐기포였다.


"무슨 말을 하랴!" 프리먼은 머리를 쥐어짰다, 오타니 '6이닝 10K+…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에 선발등판해 7회초 투구를 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MLB.com은 '확신컨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개인 퍼포먼스를 펼쳐 NLCS MVP에 올랐다'고 격찬했다.

프리먼은 경기 후 "우리는 최근 좋은 경기를 해왔는데 오늘 확실한 좋은 경기를 오타니가 펼쳤다. 맙소사(Oh my god), 할 말을 잃었다"면서 "언젠가 오타니를 만져볼 일이 있다면 그가 강철(steel)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무대에서 오늘과 같은 일들을 하다니, '오타니 쇼헤이 게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정규시즌 승률 1위 밀워키는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하고 탈락했는데, 4차전 1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가 살아나간 뒤 중심 3타자가 모두 오타니를 상대로 추풍낙엽처럼 삼진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기세를 잃었다고 봐야 한다.

다저스 선발진 4명은 이번 NLCS 4경기에서 28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63을 합작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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