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랑 강아지 옷 가져와!" "싫은데요?" 월드시리즈 사전 신경전 후끈, 토론토 감독의 뼈 있는 조크에 돌직구 던진 오타니

기사입력 2025-10-24 16:29


"모자랑 강아지 옷 가져와!" "싫은데요?" 월드시리즈 사전 신경전 후끈…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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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에게서 가져간 블루제이스 모자 돌려줬으면 좋겠다. 디코이(반려견) 재킷도 함께"

유쾌하게 던진 농담 같지만, 그 배경에 깔린 서사와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뼈가 담긴 말이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상대인 LA 다저스의 특급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은근히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는 과거 오타니와 토론토의 엇갈린 인연을 들춰내는 농담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오타니의 평정심을 약간이나마 흔들겠다는 의도도 어느 정도는 들어있는 듯 하다. 슈나이더 감독이 오타니의 위력을 얼마나 경계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슈나이더 감독은 24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월드시리즈 미디어 데이에서 오타니를 향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슈나이더 감독은 "오타니가 (과거) 우리 팀과 미팅했을 때 가져간 블루제이스 모자와 디코이의 재킷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위대한 선수지만, 우리 물건이니까 빨리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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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오타니에게 블루제이스 모자를 돌려달라는 건 무슨 뜻일까. '디코이의 재킷'은 또 무엇일까.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2년 전에 벌어졌던 'FA 오타니 쟁탈전'을 떠올려야 한다. LA 에인절스에서 FA로 시장에 나온 오타니를 잡기 위해 많은 구단이 달려들었다. 특히 토론토와 LA다저스가 마지막까지 경쟁했다.

오타니 역시 토론토 입단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협상 테이블에 임하기도 했다. 토론토 구단은 오타니 영입을 열정적으로 추진했다. 엄청난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오타니를 위한 토론토 투어까지 기획했다. 구단 시설을 오로지 오타니만을 위한 투어장소로 바꿨다. 구단의 모든 고위관계자가 총 출동해 오타니를 환대했다. 오타니도 구단과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다.


토론토는 협상을 마치고 오타니에게 블루제이스 야구모자를 선물했다. 또 오타니의 반려견인 디코이를 위한 '강아지 옷'을 건네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오타니의 토론토행이 유력한 것처럼 보였다. 현지에서 토론토행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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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타니는 캐나다가 아닌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 남았다. 다저스는 당시 역대 메이저리그 최대 규모였던 10년-7억달러(약 1조원)의 계약을 제시해 오타니의 사인을 받아냈다. 토론토는 실망에 잠겼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이때 "오타니 관계자에게 받은 계약 결렬 전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통화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토론토 팬들에게 오타니는 '배신자'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하필 2년 뒤에 LA다저스와 토론토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월드시리즈는 '오타니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슈나이더 감독은 바로 이런 과거의 일을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꺼내든 것이다. 물론 농담으로 꺼낸 말이다.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농담에 담긴 진짜 의미는 오타니로 하여금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해서 경기력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모자랑 강아지 옷 가져와!" "싫은데요?" 월드시리즈 사전 신경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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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의도에 휘말릴 오타니가 아니다. 오타니는 슈나이더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뒤 여유있게 웃으며 말했다. "선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간직할 생각이다." 이어 오타니는 통역을 거쳐 "그 모자는 우리집 차고에 있다. 예전에 토론토 구단 전체를 알아가는 과정은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토론토 관계자들은 수준 높고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멋진 팀과 월드시리즈에서 경기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대인배' 오타니다운 답변이다. 슈나이더 감독이 아무리 흔들려고 해도 오타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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