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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금 김서현을 계속 마운드 위에 올려보내는 게 정말 선수를 위한 길일까. 국가대표 팀이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김서현에 대한 생각은 다시 해볼 필요는 있다.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김서현이 대표팀 엔트리에 뽑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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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이렇게 많은 이닝을, 많은 경기를 그것도 마무리 투수라는 긴장감 있는 보직으로 소화해본 적이 없다. 후반기 그의 체력이나 구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그게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부침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정규시즌 막바지 흔들리면서 팀의 역전 1위 마지막 희망이 지워졌다는 책임감에 멘털도 함께 흔들렸다. 한화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김경문 감독은 매일 김서현에 대한 질문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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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감독은 체코와의 평가전 두번째 경기 5회말에 세번째 투수로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서현은 21개 전부 직구를 뿌렸고, 직구 최고 구속 156km, 평균 152km를 기록했다. 평속이 152km로 나왔지만, 실제 대부분의 공은 150km 극초반대에 형성됐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비교하면 떨어진 수치다.
직구로 컨디션 점검에 나선 김서현은 첫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2사 후 또 볼넷 허용. 주자가 1,2루에 쌓인 상태에서 상대 1번타자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으면서 첫 실점을 내줬다. 투구수가 불어나자 벤치는 결국 투수를 정우주로 교체했고, 김서현은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내려왔다. 체코와의 평가전 2경기 중 유일하게 실점한 투수가 김서현이라는 사실은 그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든다.
구속도 좋을 때와 비교해 낮고, 구종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상대에게 공이 너무 깨끗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156km를 던져도 쳐내는 것이 요즘 타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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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후반기 이후, 포스트시즌 내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고 있는 김서현이 대표팀에서 계속 투구를 이어가는 게 과연 진정으로 선수를 살리는 길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남는다.
아직 젊은 선수이고, 올해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년과 더 먼 미래를 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소속팀에서라면 특정 선수에 맞춤형 '기 살리기'가 근거와 명분이 있겠지만, 리그 최고 선수들이 모여 국가 대항전을 펼치는 대표팀에서는 다르다.
류지현 감독은 체코와의 평가전을 마친 후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김서현에 대한 일본전 고민이 있냐는 질문에 "일본전 고민은 없다. 정한 스케줄대로 간다. 내용보다는 투구수 때문에 교체했다고 보시면 된다"며 최대한 선수를 감싸며 신중하게 답했다.
그러나 지금 전력으로 던지고 있지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계속 이어지며 의기소침해진 김서현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 휴식을 취하고, 다음 시즌 준비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진짜 선수를 위한 방법이 될 것 같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