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8회말 투구를 마친 한화 이태양이 김우석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28/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감독님이 원했다."
KIA 타이거즈는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한화 이글스 베테랑 우완 투수 이태양을 지명했다. 2라운드 지명은 포기했고, 3라운드에 KT 위즈 내야수 이호연을 호명했다. 올해 8위에 그친 KIA는 4, 5라운드 추가 지명 권한이 있었으나 쓰지 않았다. 1라운드 양도금 4억원, 3라운드 양도금 2억원을 더해 6억원을 들여 보강을 마쳤다.
KIA 구단은 이태양 지명과 관련해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고,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베테랑 우완 투수이다. 선발, 중간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영입 대상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재학 KIA 단장은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마무리캠프 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를 찾았다. 이범호 감독을 직접 만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지명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각 구단의 보호선수 35인 제외 명단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이태양이었다.
심 단장은 "이태양이 롱릴리프가 된다. 멀티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현장에서 원했고, 그런 점에서 이태양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태양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25억원에 계약했다. 연봉 17억원 가운데 남은 연봉 2억7000만원을 KIA가 지급한다. 양도금까지 더하면 6억7000만원에 이태양을 데려오는 셈이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이태양이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26/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8/
KIA는 연봉을 보전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양도금이라도 줄이는 전략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심 단장은 "처음에는 2, 3라운드 지명도 생각했지만, 다른 팀에서 지명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선수인 만큼 1라운드에 지명했고, 대신 2라운드 지명권을 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효천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36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2020년 6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SSG에서 3년을 보내면서 스윙맨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2022년 통합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태양은 2023년 한화와 FA 계약을 하고 친정에 돌아왔다.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선발까지 한화가 원하는 보직이면 수용하고 다 따르며 베테랑다운 자세를 원했다. 지금 KIA가 딱 원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그해 이태양은 50경기에 등판해 100⅓이닝을 던졌다. 3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3.
하지만 최근 2년은 1군에서 쓰임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는 10경기, 2패, 9⅓이닝, 평균자책점 11.57로 부진했고, 올해도 14경기, 1패, 11⅓이닝, 평균자책점 3.97에 머물렀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여파가 있었다.
이태양은 KIA에서 남은 선수 생활을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어쨌든 현장이 강하게 원해서 선수를 영입한 상황. 부진을 털어내고 KIA에서 부활을 노래할 수 있을까.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8회말 투구를 마친 한화 이태양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28/